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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워킹맘 Jul 01. 2020

워킹맘의 퇴사일기2. 친정엄마와 함께 떠난 스페인

퇴사후에 필수코스: 여행

퇴사를 하고

가장 먼저 계획한 것은

바로 여.행. 이었다.


'여행'을 갔다와야지

퇴사를 하고 무언가 했다는 당당함과 안도감이 들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은 사실 혼자가려고 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필요했고,

이상하게도 퇴사 후의 여행은 나홀로 사색에 잠기고 인사이트를 넓히고 앞으로의 나의 플랜이 줄줄줄 나와야 할 것 같은 오버스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TV를 너무 많이 봤나ㅋ)


여행지를 선택하고

육아를 전담해 줄 신랑과 이모와 날짜를 협의하고

세부스케쥴을 짜려는 순간.

혼자 가는 여행 마저 사치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항상 무언가 짊어져야 하고 나눠야 하고 혼자 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랑 같이 스페인 갈래?


엄마 또한 스페인 여행을 친구들과 계획중이었는데 틀어져서 보류된 상태였다.

엄마는 여행 매니아시다.

여행을 낙으로 사는 분.


나 혼자 간다는게 고생만 한 엄마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엄마야 좋지!


가끔 언니는 엄마랑 부산같은 국내 여행을 같이 다녔는데

난 엄마랑 단 둘이 가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원래 어디에 메이는 것이 싫은 성격이라

곧 칠순을 바라보는 엄마를 데리고

자유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유럽은 프랑스 출장말고는 가본적 없는데

두려움반 설렘반을 안고

여행라이브러리부터 관련 온라인 카페, 관련도서 등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스케쥴을 짜기 시작했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 역시 현대카드다. 태블릿부터 연필, 메모장. 도서는 물론!!!!!!! 여행 계획하기 딱 좋은 곳이었음!
집에서도 짬짬히 : 스페인가니 레드와인 한 잔 정도는 마시면서 알아봐야지? ㅎㅎ


바르셀로나(2일) → 세비야(3일) → 마드리드(2일)


비행기, 렌페(기차), 숙소를 포함하여 모든 일정을 다 계획하고

친정엄마와 단 둘이 떠났다.


추억의 렌페.. 



'아는 건 없어도 가족입니다' 이 드라마.

물론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나는 저 제목과 취지를 매우 공감하는 1인이다.

가족이여서 말하지 않는 것들, 가족이라서 말할 수 없는 것들. 하지만 이해하는 척, 다 아는 척,, 척하며 사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 난 참 이해간다.


엄마와의 여행은 감사했다.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고,

하루 2만보씩 걷느라 힘들어서 지치기도 한 엄마였지만,

도리어 여행가서 엄마에게 가방사달라고 삥 뜯는 딸이였지만,

하루 24시간을 7번 꼬박 붙어 있어 간간히 신경전도 있었지만.

함께 했다는 그것만으로 좋았고 감사했다.


엄마와 마주보며 웃는 게. 참 오랫만인 것 같았다..


뭐든 잘 먹는 엄마.

어디든 다 맘에 들어하고 좋아해주었던 엄마.

작은 거 하나에 감사해하던 엄마.

음식이 안 맞을까봐 컵라면과 누룽지, 볶음김치까지 싸왔던 엄마.

엄마들은 딸자식이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엄마인가보다.

 

또 언제 가볼 수 있을까. 매력적인 스페인.



나는 이렇다할 계획은 세우진 못했다.

여행을 통해 생각을 버리고 싶었는데

사실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현실을 떠나 있다는 행복은 잠시,

현실을 직면할 생각에 가슴 한켠이 답답했다.




홀로. 차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와인을 마시고. 그것 또한 여행에서 필요한 시간이다.



난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야할까.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꼭 무언가를 해야하는 걸까.


간간히 혼자의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그 짧은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저 다른 세상을 보고왔다는 것.

그리고 엄마와 함께 했다는 것. 그것만으로 만족해야할 여행이었다.



여행.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여행은 잠시 접어두고 있는 지금.

그 때가 참 감사하다.

참 그립다.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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