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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가꾸는 건축가 Dec 24. 2023

건축사사무소 6년째

당장 내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후가 될 수도 있지만, 

첫째로 직원을 뽑아 일의 다양성도 높이고, 조금은 동네 구멍가게에서 벗어나 기틀을 다지고, 둘째로 현재 있는 집과 사무실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집, 사무실, 작업실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바꾸어야 겠다.

2024년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끝나지 않는 불황

작년부터 시작된 불황이 올해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완전하게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런데, 더 큰 일은 이 바닥이 진짜 바닥인지, 아니면 언제 다시 올라설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완벽하게 바닥을 찍으니 2009년부터 조금씩 부동산의 움직임이 바로 있었는데, 이번 불황은 너무 길게 끌고 있으니 내년에도 긍정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누구는 사무실이 매우 영세하여 동네 구멍가게 같은 규모인데, 경기의 영향을 받느냐며 잘 될 것이라고 하지만, 구멍가게도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했다.

올해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지만, 연말이 되고 보니 의외로 평균 매출을 올렸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얼어붙은 마음 때문에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의 흐름은 움직임은 마음속에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경기가 바닥인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지만, 내년에는 따뜻한 마음가짐으로 이 상황 속에서 나아갈 길을 찾아야겠다.     

올해 초 봄이 되면서 몇 달 동안 울리지 않던 회사 전화가 조금씩 기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좀 나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것도 아주 잠시 여름이 되면서 다시 전화는 잠에 빠져들었다. 의외로 회사 매출은 코로나 2년 차 2021년에 최고 매출을 찍었다. 그때는 전화도 매우 자주 울려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천정부지로 오른 아파트 값과 외출이 어려운 상황에 단독주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덩달아 우리 사무실도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이 호황이 이처럼 어려운 불황의 전초였는지는 알지 못했다. 매년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사람이 일정하다면 어느 해에 사람이 몰렸다면 다른 해에는 사람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어려운 상황 속에 올해는 설계일은 줄었지만, 정부의 건축정책에 따라서 기획설계일이 몇 건 있었다. 입찰안내서를 써주거나, 기획설계를 해주는 일들이 있어 조금은 부족한 매출을 채워주었다. 또한 2021년에 시작한 일들이 올해 준공을 맞이하면서 돈은 안 되지만, 현장관리와 준공처리에 매우 바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2개의 준공프로젝트가 더 생겨 감사한 일이었다. 건축가의 제일 좋은 영업은 준공프로젝트인데, 이 프로젝트가 2024년에는 힘을 주기를 바란다.     

어린이대공원에서 바라본 석양받은 아파트

설계공모 시장의 기현상

2023년 설계공모 시장은 매우 기현상을 보여주었다. 많은 설계사무소들이 일이 없다 보니, 놀고 있는 직원들을 놀릴 수 없고, 월급을 줘야 하니 모두 공공건축 설계공모시장에 뛰어들었다.

제출된 안들이 50개, 100개는 아주 쉽게 뛰어넘는 상황이 속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심각한 비리들이 얼룩지게 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 같다. 올해는 1개의 현상공모를 제출했다. 전라남도의 일이었고, 설계비는 2억 도 되지 않았는데, 제출은 40개에 달했다. 1차에서 바로 탈락하긴 했지만, 몸소 기현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시행이나 시공을 같이 하지 않는 이상 건축사사무소는 일을 직접 만들 수는 없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일에 설계능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으니, 경기가 어려우면 공공건축시장에 들어가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는 것이 조금은 답답한 상황이다.

올해는 공공건축 심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와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 5번의 심사에 참석했다. 기술심사 3번과 심사위원 2번이었다. 심사를 하면서 당선을 위하여 중요한 것은 계획안이 너무 잘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모두 전문가이고 잘하는 건축가들이 많아서 어느 것 하나 빠지면 당선되기 어렵다. 1, 2등을 가를 때도 가늠하기 어려워 2:3, 3:4등 1표 차이로 결정되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아마 1-2번은 공모에 참여하겠지만, 탈락했을 때의 허무함은 마음을 힘들게 하고 제출계획안을 만들 때 냉소적인 지침서 텍스트에 따라서 일을 해야 하니 당선되지 않으면 재미없고 허무한 일이다.     

군자역 중앙버스정류장에서

협회 일

올해는 우연히도 건축사협회의 일에 깊게 참여를 하였다. 서울건축사회의 신진건축사위원회에서 3개의 행사를 치렀고, 광진건축사회에서 광진건축문화제를 준비하여 개최하였다. 협회에서 일을 해보는 것은 협회가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관문인 것 같다. 건축사들을 위한 협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무엇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사무소일을 해야 할 시간에 협회 일을 하다 보니, 사무실 일에 조금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쉬움이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사무실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강의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학교 강의는 계속될 예정이다. 2019년부터 대학 강단에 서기 시작해서 5년째이다. 학교 강의는 투입노력대비 비용은 적지만,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면서 나도 건축지식을 정리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건축설계를 업으로 할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에 있어서 의미가 있어 계속되기를 바란다.     

강의실에서 바라본 관악산

내년에는

아마도 2024년은 이러한 추세로 갈 것 같은 분위기이다. 내년에는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고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그렇게 나아질 것 같진 않다. 여유 시간을 활용하여 회사를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비를 잘해서 호황기에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내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후가 될 수도 있지만, 

첫째로 직원을 뽑아 일의 다양성도 높이고, 조금은 동네 구멍가게에서 벗어나 기틀을 다지고, 둘째로 현재 있는 집과 사무실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집, 사무실, 작업실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바꾸어야 겠다.

2024년에는 따뜻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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