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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 직장러 Dec 31. 2021

글로벌 직장러의 삶 시작

예상하지 못했던 국제 정세 (a.k.a. 홍콩 시위)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국내에서의 이동이 아닌 다른 나라(홍콩)로 생활환경이 완벽하게 바뀌게 되는 상황이었고, 회사 역시 한국 지사가 없었기 때문에 어디 하나 마음 둘 곳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래도 나름 익숙한 홍콩이라는 도시와 과거에 같이 근무하였던 몇몇의 선배들이 홍콩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캐리어 2개와 함께 여행이 아닌 삶을 위해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직장인 되고 나서 출장과 여행이 아닌 목적으로 다른 나라를 가는 느낌은 설렘보다는 알지 못할 두려움이 많았다.


 그리고 홍콩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무사히 찾고 호텔로 이동하려고 우버에 탑승하였는데 주소지를 보더니 거기까지는 들어가지 못할 것 같고 근처에서 내려줄 테니 지하철로 이동하라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지금 시위가 진행 중이고 차량 운행이 통제되어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실 오기 전에 뉴스를 통해 접하긴 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해당 시기만 하더라도 굉장히 초기였고 막 시위가 시작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정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홍콩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6월 말-7월 초의 날씨는 상상 이상이었다. 캐리어 2개를 들고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이동하는 중간에 '내가 여기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HR과도 통화를 하고 웬만하면 호텔 밖으로 나가지 말 것에 대해서 가이드와 함께 주말을 무사히 넘겼다.


 대망의 출근일 아침이 되었고 출근 준비를 하던 중 또 HR에서 연락을 받게 되었다. 현재 시위로 인해서 건물 정문을 폐쇄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차장이 위치한 뒷문을 통해 출근을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당황하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매주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시위하는 것을 보면서 자란 사람으로서 당시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나중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험난한 상황 속에서 회사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지난 인터뷰 이후에 처음 다시 오게 된 사무실의 감흥은 정말 남달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00% 영어만 써야 하는 상황이 바로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직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내 영어를 혹시나 평가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고, 자리를 안내받고 컴퓨터를 전달 받음과 동시에 수많은 메일이 내 Outlook Inbox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내가 이걸 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에 정말 식은땀이 났다. 또한, 각종 미팅 등에 초대가 되고 바로 다음 달 초에 약 2주간 출장을 가야 한다고 하니 이건 뭐 흔히 우리가 적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일컫는 '허니문 기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훌쩍 오전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의 매니저인 Tom(가명)이 점심을 먹으며 입사 축하 겸 1:1 미팅을 진행하자고 해서 같이 나오게 되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는 말에 '특별히 가리는 것 없고, 홍콩에 여행 자주 왔기 때문에 여기 로컬 푸드 좋아한다'라고 대답했는데 진짜 정통(?) 홍콩 딤섬집에 가게 되었다. 분위기는 흡사 좋은 한정식 집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알았는데 거기에는 필자만 외국인이었다. 다행히도 영어로 된 메뉴판이 있었고 음식은 무사히 주문했지만 맛과 생김새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완전 다른 것이 나왔다. 하지만 진짜 세상 맛있는 음식처럼 다 먹고 디저트까지 먹었는데 필자는 사실 홍콩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기 전 큰 걱정 중 하나였다. 해외에서 근무하다 보니 이러한 것들도 알아야 하고 필요하다는 사실이 새삼 들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서 이런저런 개인 적인 이야기, 업무 및 커리어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Tom이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홍콩에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나도 해외에서 근무해봤고 타지에서 근무하는 것 쉽지 않다는 것 알고 있어. 그리고 네가 여기어 커리어 때문에 온 것도 알고 있고..' 사실 이 질문은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답변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필자는  홍콩에서는 7년 이상 근무하면 영주권이 나오기 때문에 그 정도는 홍콩에 있을 예정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충분히 매니저로서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느낄 수 있었는데 '과연 내가 Tom과 한국에서 근무할 때처럼 친한 매니저와 직원의 관계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 사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Tom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할 때 만난 소수의 몇몇 외국인들을 보면 한 2-3년 있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 때문이다. 특별히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야겠다거나 굳이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 국내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운이 좋게 대부분의 매니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관계를 맺기는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외국인 매니저와 동료들과 일을 함과 동시에 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단순히 일을 해내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국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함과 동시에 협업(Collaboration)이 더욱 절실할뿐더러 문화적, 언어적, 종교적, 정치적 등 다양한 이해가 필요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필자의 첫 출근일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는데 흔히 우리가 요즘 하는 부정적인 말로 '헬조선, 탈조선'을 이야기하는데 막상 해외에 나와서 생존을 걸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낀 것은 역시 '홈그라운드의 이점'은 엄청난 것이다. 리고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순수 국내파라면 사회초년생으로 해외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물론 너무 뛰어나서 회사에서 모셔간다면 다른 이야기이지만) 경력을 쌓고 어느정도 역량을 갖춘뒤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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