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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떠난 여행

<여행자의 밥상> 프롤로그

by 서지현

작년 8월, 덜컥 미국에 왔다.



남편이 한국기자협회 지원으로 1년 해외장기연수자로 선발되면서 온 가족이 한국을 뜨게 되었다. 남편은 J1 비자를 받아 현지 대학교에서 방문학위(Visitor's Scholarship) 과정을 밟게 되었고, 아이들은 공립학교에 다니게 됐다.



그가 연수 선발 과정에 지원을 하고 전형을 치를 때만 해도 '설마',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애써 심드렁했다. 그러나 합격 발표가 난 뒤로는 꼼짝없이 눈앞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미국으로의 이주는 2톤 트럭이 미어져라 짐을 싣고 자리를 뜨기만 하면 되는 보통의 이사가 아니었다. 1년이란 기한은 여행이라기엔 길고, 외국살이치곤 턱없이 짧은, 그것은 예측도 가늠도 어려운 삶의 변화요, 적지 않은 도전이었다.



생각할수록 억울한 일이기도 했다. 한창 영어를 전공하며 언어 연수가 절실하던 시기엔 그렇게도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더니, 삶의 노선을 갈아타고 겨우 생활의 안정을 찾아간다 싶으니 떠나라 한다. 그것도 십 수년간 차곡히 쌓아 온 생활의 짐들을 이고 지고 갈 수 없는 어디 먼 곳으로. 하여 나는 마냥 다음날 소풍을 앞두고 설레하는 어린아이의 심정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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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쓸모>와 <아날로그인>을 지었습니다. 오늘 밥을 짓고, 또 문장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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