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해롭게, 맛도 그럭저럭 챙겨가면서
※ 라면 애호가, 혹은 라면에 진심인 이에게 조금 불편한 글이 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히며 양해를 구합니다.
엄마의 바람으로는 아이들이 라면을 일절 안 먹고 커주었으면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들은 걸핏하면 라면이 '땡긴다' 말했다. 춥고 흐린 날, 차를 많이 탄 날, 시험을 앞두었다거나 또 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어김없이 라면을 찾았다.
둘째 딸아이의 상황이 괜찮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는 오빠가 라면이 '땡긴다'고 말하면 그때부터 라면이 '땡겨'."
평소엔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라면' 소리를 듣는 순간 항복이다. 눈앞에 끓어 나온 라면이 있는 것도 아니요, 어디서 냄새가 폴폴 풍겨 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 맛에 사로잡히게 되는 걸 보면 라면은 전염성이 대단한 음식이다.
1년간 미국에 가 있는 동안 라면은 우리 가족에게 틀림없는 '애증'의 음식이었다. 자석에 이끌리듯 몸이 갈구하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몸에는 해로운 맛. 식구들에게 먹이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영 안 줄 수는 없는 라면은 늘 마음의 기로에 서게 하는 참 어려운 음식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라면의 은덕을 심심찮게 누려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라면은 어느새 우리 집 식료품 팬트리에 무조건 있어야 하는, 여행 갈 때도 빼먹지 말아야 할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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