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프를 끓이는 마음

실은, 양파 이야기

by 서지현

이 글은 본래 수프에 관한 이야기였다. '수프가 하나의 요리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자주 수프를 끓인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수프에 관한 나의 지극한 사랑 이야기 말이다.



글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 건 글을 쓰며 그간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반짝 깨닫게 되면서였다. 그것은 '나는 왜 수프를 사랑하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나는 평소 동물복지와 영양학적 신념을 이유로 유제품을 멀리 하는 축이다. 그런 내가 수프를 끔찍이도 사랑하게 되었다니. 다른 건 몰라도 *포타주(Potage)식 수프를 끓일 때만은 우유는 재료의 기본값이다. 불호하는 재료 사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수프 사랑을 이어온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포타주 Potage: 루를 첨가하거나 재료를 퓌레 해서 걸쭉하게 만드는 프랑스 요리





양파 카라멜라이징


쓰면서 알게 됐다. 그것은 순전히 양파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수프 이전에 양파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양파 사랑은 곧 수프 사랑으로 이어졌던 것이고. 자연히 나는 무슨 수프가 되었든 양파를 볶아 맛을 내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서지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허기의 쓸모>와 <아날로그인>을 지었습니다. 오늘 밥을 짓고, 또 문장을 짓습니다.

54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6화주부는 서성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