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바보가.
교단을 내려와 주부로 살아온 지 십여 년이 흘렀다. 제도권 밖에 머무르는 삶이 이렇게까지 길어지게 되리라고는 전혀 알지 몰랐다. 주부란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데다, '좋은 주부가 되는 것'을 한 번도 인생의 목표로 삼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어쩌다 주부가 되었고, 집을 무대 삼아 지내온 기간은 하릴없이 길어지고 말았다.
내가 전업 주부가 된 건, 많은 여성의 삶이 그러하듯, 출산과 육아에 본격 뛰어들게 되면서부터였다. 두 아이의 영유아 시기엔 문자 그대로 꼼짝을 못 했다. 그 시기 주부의 역할이란 팔 할, 아니 구 할이 엄마 노릇이었으니까.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뒤를 봐주다 보면 하루가 금새 흘러있었고, 그런 날들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아이들이 기관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작게나마 숨통이 트였다. 아이의 등원과 함께 서너 시간의 자유가 꽁돈처럼 주어졌고, 집안을 벗어나 뭐라도 해볼까 하는 의욕이 불꽃처럼 솟았다. 동네 작은 가게에서 소소한 알바라도 해볼까? 그때의 나는 어떠한 물질적 보상도, 이렇다 할 사회적 인정도 주어지지 않는 주부 노릇에 완전히 지쳐 있었다. 살림과 육아라는 무한궤도 속에서 잃어버린 '생산성의 감각'을 되찾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곧 한두 시간 알바조차 할 수 없는 몸이란 걸 알았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이라는 단 하나의 가정 앞에서 나는 쉽게 무너졌다. 아이가 잠시 잠깐 품을 떠나 있는 시간조차 엄마는 대기 중이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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