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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욕실에 오래 머무르는 이유

보이지 않는 싸움을 싸우다

by 서지현

우리 집 욕실은 물 때가 잘 끼는 구조다. 손바닥만 한 창조차 없어 자연 환기가 불가할 뿐 아니라 환풍 시설도 미덥지 못해 습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는다. 언젠가 전기 설비 일로 아파트 시설주임을 모셔와 욕실 천장 덮개를 열 일이 있었는데, 그분 말씀이 욕실 습기를 빨아들이는 파이프 라인의 통이 턱없이 작다고, 연식 오랜 아파트의 열악함에 혀를 끌끌 차다 그는 자리를 떴다.



'관리가 까다로운 욕실' 따위는 우리 가족의 관심 밖이다. 누구 하나 욕실의 청결을 묻는 이가 없다. 그건 아마도 욕실이 '몸의 위생'을 위해 잠시 들르는 목적에 특화된 공간이요, 워낙에 수시로 물기에 젖어 있어 이래서 더럽다, 저래서 깨끗하다 할 만한 청결의 기준이 모호한 탓이기도 할테다 .



그럼에도 주부인 나만은 촉을 세운다. 내가 바라보는 욕실은 어느 때고 눈을 뗄 수 없는, 집안에서 유독 손이 많이 가는 공간이다.



욕실 청결의 리트머스는 단연 냄새다. 그것이 변기의 오염이나 이리저리 튄 소변방울에서 기인한 것이든, 물때의 비릿함이나 하수구의 악취 때문이든, 어쩌면 이 모든 것의 총합일지라도, 코를 자극하는 건전치 못한 냄새는 필시 우리의 욕실이 안녕치 못함을 말해주는 분명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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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쓸모>와 <아날로그인>을 지었습니다. 오늘 밥을 짓고, 또 문장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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