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양파 이야기
이 글은 본래 수프에 관한 이야기였다. '수프가 하나의 요리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자주 수프를 끓인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수프에 관한 나의 지극한 사랑 이야기 말이다.
글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 건 글을 쓰며 그간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반짝 깨닫게 되면서였다. 그것은 '나는 왜 수프를 사랑하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나는 평소 동물복지와 영양학적 신념을 이유로 유제품을 멀리 하는 축이다. 그런 내가 수프를 끔찍이도 사랑하게 되었다니. 다른 건 몰라도 *포타주(Potage)식 수프를 끓일 때만은 우유는 재료의 기본값이 된다. 불호하는 재료 사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수프 사랑을 이어온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포타주 Potage: 루를 첨가하거나 재료를 퓌레 해서 걸쭉하게 만드는 프랑스 요리
쓰면서 알게 됐다. 그것은 순전히 양파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수프 이전에 양파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양파 사랑은 곧 수프 사랑으로 이어졌던 것이고. 자연히 나는 무슨 수프가 되었든 양파를 볶아 맛을 내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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