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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Oct 11. 2022

아무튼, 수영

수영 2 / 팔라우 바다는 지금도 못 잊어

슬슬 접영이 될 모양이다. 분명 월요일만 해도 강사님께 "저 접영 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하고 물어봤더랬다. "지금 하시면 됩니다"라는 대답을 듣고도 이게 진정 될까 싶었다. 한 팔 접영을 하며 박자가 좀 몸에 익자 누가 하루만 잡아주면 할 것도 같았다. 


재택 하는 남편을 구슬려 화요일에 포인트 레슨을 받았고, 수요일에도 수영장에 출근했다. 목요일에 혼자 오리발을 끼고 물을 타다가 강사님과 남편이 알려준 대로 팔을 뒤까지 뻗었다 펼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발을 차주니 오, 감이 왔다!


이 느낌 그대로 며칠 더 연습하면 한 마리 나비처럼 물을 스치며 나르는 뭇 고인물 회원님들 마냥 접영이 될 수도 있겠다. 지금 나는 한껏 수영에 재미가 들린 상태다.


나의 시골집은 옥상에 오르면 바다가 보일 만큼 바다가 가까운 곳이지만 바다에 놀러 가는 일은 일 년에 한 번 될까 말까. 수영장이라곤 없는 곳이라 주위에 수영을 배웠다는 친구는 없었다. 그래서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해 본 적이 없어서 막연하게 물이 무서웠다. 


수영을 배우고 난 뒤 알게 된 건 나는 그저 해보지 않았을 뿐이었다는 것. 수영을 하며 물에서 사람이 얼마나 자유롭고 평화로워지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휴가지를 고를 때마다 꼭 바다가 있는 곳을 선택했다. 


수영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했던 첫 기억은 휴가를 떠난 발리 호텔에서 밤 수영을 하면서다. 호텔 이름은 생각나지 않아도 그 호텔 수영장 풍경은 그림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수영장 근처엔 야자수가 가득했고, 전구색 조명이 은은하게 그곳을 밝혔다. 수영장에 두둥실 떠 쏟아질듯한 밤하늘 별을 바라보며 수영을 배우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하고 생각했다.



가장 좋았던 바다를 꼽으라면 단연 팔라우였다. 감히 단언컨대, '신들의 바다 정원'이라는 찬사가 붙을만하다. 그 바다는 직접 경험해 봐야만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바다를 낀 관광지에서 살 수 있는 엽서 속 그림 같은 바다였다. 팔라우에 여행 왔다가 바다에 반해 학교를 휴학하고 다시 돌아와 매일 팔라우 바다에 나간다는 20대 젊은 가이드를 선택을 이해할 수 있는 곳. 수영을 배우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바다가 거기에 있었다. 


아이를 낳고는 바다 수영을 한 번도 못 갔다. 기껏해야 호텔 수영이 최대 호사였는데, 그마저도 물이 무서운 아들들을 보느라 마음에 여유가 나질 않았다. 작년 말이 돼서야 비로소 둘째가 퍼들 점퍼를 하고 혼자 물에서 놀아서 내 두 팔에 자유가 찾아왔다. 호텔 수영장에서 두 아들과 함께 놀아도 수영만은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엔 주 5일을 달렸다. 매일 운동을 하니 나도 물이 오르고, 내 수영에도 물이 올랐다. 그렇다고 내가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못되지만, 물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걸 보면 나는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은 맞나 보다. 아무튼, 수영을 하니 참으로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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