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늘어난 스크린타임, 현명하게 대처하기. (착한 콘텐츠)
온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로 혼란을 겪고 있는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크고 작은 일상의 변화들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입장에서 가장 피부에 와닿는 제재 조치는 바로 학교 및 공공 교육기관의 폐쇄일텐데요. 놀이터나 공원 등 외출도 못하는 상황에서 온종일 집에 갇혀 버린 아이들. 그 붕 떠버린 긴 하루를 메꾸어주는 건 아마도 늘어난 스크린 타임일 겁니다.
제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의 경우 현재 전면적인 락다운을 시행함과 동시에 교육부측에서는 급하게 온라인 러닝(홈러닝) 프로그램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어요.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프라이머리 스쿨에서도 문을 닫은 첫 날부터 평소 학교 스케줄에 맞추어 아이들에게 온라인 과제와 리소스등을 제공하며 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매일 아침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 오늘의 과제와 지침사항 등을 간단한 인사와 함께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업데이트 하고 있어요.
덕분에 아이들이 집에서도 늘어지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어서 좋긴 합니다만, 가뜩이나 야외활동이 줄어 걱정인데 배움까지 아이패드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해야 한다니…… 웃을 수만은 없네요. 하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유연하게 받아들여야겠지요. 지금은 모두가 비상상황이니까요. 교육뿐 아니라 친구들과 만남의 장 마저 잃은 아이들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수시로 테크놀로지 디바이스(Technology device)로 손을 뻗을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 심심하거든요.
그렇게 기왕 늘려야 하는 스크린 타임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유익하고 능동적으로 소비가 가능한 콘텐츠는 없을까요? 우리 아이들과 이 힘든 시기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보낼 수는 없는 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스크린 타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요즘 저희 아이들의 하루 일과는 아이패드로 영어책 전자도서관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며 시작됩니다. 평소에는 지역 도서관에서 종이책을 빌려 보았지만, 모든 도서관이 문을 닫았으니 대안으로 전자 도서관 어플리케이션인 [EPIC]을 설치해주었습니다. 매달 약 만원정도면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 도서를 실컷 볼 수 있습니다. 아직 혼자 책을 읽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오디오북도 충분하고, 일반 책일지라도 실감나게 읽어주는 Read to me 기능이 있습니다. 부모의 고달픈 목청을 잠시나마 쉬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서비스인 셈이죠. 아이의 독립적인 독서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편리한 부분입니다. 상주고 싶단 생각을 몇 번 했는데 이미 실제로 많이 받았더군요. (웃음.)
심지어 책을 읽어줄 때엔 단어 하나 하나가 눈앞에 커지며 강조되므로 아이들 영어 읽기 실력을 기르는 데도 상당히 효과가 좋아요. 첫 달은 무료로 이용가능하니 꼭 한 번 이용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외에도 기초적인 수학 지식을 기르는 데 유용한 [Prodigy] 게임이 교육용 게임으로는 꽤 괜찮습니다. 사용자의 학년을 선택하면 나이에 맞는 수준의 수학 문제가 퀘스트로 주어지는데 맞출 때마다 캐릭터의 경험치 등이 올라가 레벨업을 합니다. 9살 저희 아들이 푹 빠져서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수학 학습지의 화려한 게임화 버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차피 알아야만 할 테크놀로지라면 코딩 교육에 눈을 돌리는 것도 괜찮습니다. 저희집 9세 아이는 작년에 학교에서 배워와 재미를 붙여 하도 시켜달라 조르기에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어 코딩 프로그램을 조금씩 시작했는데요. [Scratch]를 시작으로 [Hour of code]와 [Python]까지 등 아이들도 즐길 수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요. 관련 튜토리얼 서적을 구해서 제시된 샘플을 따라해보며 연습하는 것도 아이가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 좋습니다. (오예!)
한편, 6살인 둘째딸은 요즘 발레나 요가, 댄스등에 한창 관심이 많은데요. 제가 함께 무턱대고 같이 흔들어 제끼기엔 유튜브에 좋은 선생님이 너무 많더라고요. 태권도 등의 무술 역시 아이들을 위한 기본 동작 레슨 비디오가 참 잘 되어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응시하는 스크린 타임보다는 이렇게 몸을 움직이며 참여하는 콘텐츠가 훨씬 더 건강한 소비 방식임은 두 말 할 필요 없겠죠.
스크린 타임을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는 정녕 없을까?
과유불급. 아무리 유익한 콘텐츠라해도 스크린 타임은 스크린 타임일 뿐, 많은 시간 노출되는 것은 그만큼 부작용이 따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스크린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콘텐츠의 전달 방식인 오디오와 책의 활용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AR, VR로 이어지는 나날이 화려해지는 감각 자극이 인간의 삶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세상입니다만, 빈틈이 없다는 말은 곧 채울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요? 요즘 같은 시대엔 아이든 어른이든 의도적인 빈틈이 오히려 필수인 것 같아요.
요즘 새로 발견한 오디오 콘텐츠로는 어린이용 팟캐스트가 있는데요. 특히 저희 아이들이 푹 빠진 쟝르는 SF로 [The Alien Adventre of Finn Caspian]을 정주행하고 있어요. 전세계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은, 상상력을 대박 자극하는 훌륭한 영어 팟캐스트입니다.
또한 독서의 중요성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사실 모든 아이들이 다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또 아이가 클수록 책보다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맘을 홀라당 뺏겨 등한시하기 쉽고요. 그래서 제가 요즘 쓰는 방법은 만화책이라도 실컷 보도록 독려하는 것과 가족이 다함께 독서하는 시간을 일정량 갖는 거에요. 부모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 아이에게만 책 읽으라고 하면 그것만큼 모순되는 풍경이 또 없거든요. 단 10분-20분이라도 좋으니 집안 분위기를 차분하게 조성해놓고 각자 독서에 몰입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아이가 그 짧은 시간을 계기로 책에 빠져들어 손에서 오래도록 놓지 않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글을 모르는 동생들도 이 시간만큼은 그림만 보더라도 이야기를 상상하며 조용히 보내는 것이 포인트에요. 다같이 조용하게 몰입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크린 타임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휴먼타임이다.
집안에 갇혀버린 아이들과 재택 근무와 집안일 등 생업은 놓을 수 없는데, 아이들까지 24시간 돌봐야 하는 부담을 배로 떠안은 부모들. 모두에게 힘든 시기일 수밖에 없는 요즘은 조금 더 관대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죄책감을 덜고 모두가 즐겁게 지내는 융통성이 필요한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애써 지켜왔던 육아관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죠. 사실 스크린타임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휴먼 타임을 갖는 것 뿐이니까요. 아이들과 함께 해 줄 누군가의 애정과 시간이에요.
그렇기에 저는 ‘일상 덜어내기’를 추천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을 만들기 힘들다면 덜 중요한 무언가는 덜어내는 거죠. 우선순위를 잘 생각해 최대한 뺄 수 있는 시간은 없는 지 진지하게 고민해 봅니다. 이를테면 평소 식사 준비에 1시간을 공들였다면 30분으로 줄일 수 있는 요리법과 메뉴로 바꾼다거나 외모를 꾸미고 치장하는 데 드는 꾸밈 시간을 과감히 생략한다거나 (어차피 집에 있을거잖아요?) 한 번 입고 빨던 옷을 두 세번 입고 빤다거나 먼지가 굴러다녀도 잠깐 눈 감는다거나 등등. 생활 필수 시설을 제외하고는 도심 곳곳이 문을 닫는 현 상황처럼 내 삶에도 정말 ‘필수’만 남기고 덜어낼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지금 비상이거든요.
그렇게 만들어낸 소중한 시간은, 이래저래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을 우리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Quality time으로 내어주면 어떨까요? 다만 30분이라도요. 보드게임, 악기연주, 간단한 과학실험, 요리 놀이 등등 인터넷에 좀만 검색하면 집안에서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세상이지요!
저는 모든것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가정의 평화에 미칠 부작용(?)이 최대한 작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조금 더 힘내서! 잘 지내보려 합니다. 우리 함께 독려하며! 으랏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