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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폴리 아 되

마이크를 든 조커는 왜 설득력을 잃었나.

by 리리 Oct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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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조커 2라는 이름이 아닌 “폴리 아 되”라는 부제를 달고서. 이전작을 감명 깊게 보았던 팬들에게는 뮤지컬 형식이라는 우려와 함께, 새로운 할리퀸의 등장 소식이 개봉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지난 7일, 이동진 평론가는 유튜브 채널-<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해당 영화에 대해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높은 평을 줘서 3일 만에 해명 영상(?)을 다시 한번 올렸다. 댓글에서도 올해의 영화로 뽑을 만큼 인상 깊었다는 평과 역대급 불호라는 혹평이 공존한다. 논란 속 <조커: 폴리 아 되>. 나는 이렇게 봤다.


[평범한 시민 아서 플렉 VS 빌런 조커]

이야기는 머레이를 포함한 5명을 살인한 죄목으로 수감 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서를 비추며 시작한다. 세상은 아서의 기이한 범죄 행위로 떠들썩하다. 누군가는 그를 사이코패스로 여기고, 또 다른 영웅으로 칭송한다. 재판을 기다리며 변호사와의 만남, TV 인터뷰, 교도관들의 폭력 행위 등 다양한 사건에도 아서는 무덤덤해 보인다.


긴 재판 속에서 아서의 변호인은 그가 어린 시절 모친에게 받은 학대로 2개의 자아를 가진 정신분열 상태이며, 범죄 행위는 아서가 아닌 조커가 저지른 일이라고 변호한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할리(레이디 가가 역)를 통해 자기 안에 멈추어 있던 것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과정 속에 인간 아서 플렉과 조커 사이의 혼란스러움과 망상이 캐릭터를 뒤덮는다.


[노래는 흐름을 끊는 장치?]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은 이번 영화는 뮤지컬 형식이라는 것. 영화 내내 조커 역의 호아킨 피닉스와 할리를 맡은 레이디 가가의 노래가 이어진다. 옥상, TV 무대, 재판정 등 다양한 무대를 옮겨가며 조커의 혼란과 망상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는데, 보면서 아리 애스터 감독의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예고편 공개 시에도 화제가 되었던 할리퀀이 피로 얼굴을 칠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래하는 조커에 대한 낯섦은 영화를 보는 내내 떨쳐 낼 수 없었다. 심지어 아서보다 다 많은 노래 비중을 소화하는 할리에게 그만 부르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 중간 중간 흘러나오는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목소리가 오히려 흐름을 방해하며, 특히 <close to you>와 같이 익히 알고 있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몰입이 한순간에 깨져 버리기도 했다.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던 그녀의 전작]

야구 배트를 들고 있는 마고 로비의 할리퀸이 뛰어넘을 또 다른 캐릭터가 올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봤다. 이미 다른 작품들을 통해 가수가 아닌 배우로 만났던 레이디 가가가 할리퀸은 예상외로 해당 캐릭터에 잘 어우러졌다. 장소와 맞지 않는 선명한 채도의 복장과 짙은 화장, 괴팍하고 과장스러운 행동이 그녀를 단숨에 또 다른 할리퀸으로 각인시켰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레이디 가가의 노래 장면이 계속될수록 그녀의 전작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주연을 맡았던 <스타 이즈 본> 속 레이디 가가가 오버랩되면서 노래 부르는 할리퀸이 아니었어도 우리에게 해당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마이크를 든 조커는 왜 설득력을 잃었나]

총 대신 마이크를 든 조커. 누군가를 향하여 공격하기보단, 피의자 석에 앉아 항변하고 망상 속 다양한 무대를 옮겨 다니며 자신의 심정을 노래로 표현한다. 1편을 본 사람들이 기다렸던 조커와는 사뭇 다르다. 전작 속 계단을 리듬감 있게 내려오는 장면, 지하철에서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을 죽이고 화장실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던 순간, 웃고 있지만 울음소리를 내던 그 표정은 어디로 갔을까.


고담시를 떠들썩하게 만든 조커라는 인물이 주는 위압감과 공포, 두려움, 폭력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적었으며, 후속작이 나올 거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다소 허무한 결말이 설득력을 잃어버리게 만든 건 아닐까.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에게 발병하는 정신병이라는 뜻의 폴리 아 되. 부제를 설명하기에 작품 내용이 적절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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