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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Oct 07. 2022

지키지 못할 약속을 정해놓은 사람처럼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우연은 무질서의 영역이다. 필연은 질서의 영역이다. 아무 생각 없는 것들에 심취한 하루가 우연과 필연 사이에 머물며 서성거린다. 가령 내 하루가 그렇다. 정해진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머리카락처럼 헝클어져 있다. 필연의 등쌀에 못 이겨 우연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나에 대한 안부다. 새벽마다 내게 안부를 묻는다. 현재는 현재이지만, 지금은 끝없는 과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우연은 필연이고, 무질서는 질서인 셈이다. 누구도 미래로 돌아갈 수 없는 현재다. 다만 미래는 끊임없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과거 이후의 삶과 미래 이후의 삶이 절대 다르지 않음이다. 살다 보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모두 우연한 결과겠지만, 지금 내 앞에 놓인 모든 것이 또 하나의 과정처럼 노랗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정해놓은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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