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나는 생각하는 인형이야. 문어 생각을 하면서 그걸 알았어. 내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 무척 혼란스러웠어. 혼란스러운 게 촌스러운 건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 깨달았어. 인형은 접속사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지. 접속사를 사용할수록 생각이 빈약해지고, 그 빈약함은 내가 인형이라는 말과도 같지. 강아지처럼 기억하고, 강아지처럼 추억하고,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다가 결국 인형이 되지. 문어가 강아지와 비슷한 지능을 가졌다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인형처럼 생각했어. 이 세상은 생각이 많아질수록 캄캄한 바다와 같구나 하고. 굴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끝날 때까지 숨을 참고 견디면, 나도 인형이 되는 걸까. 재봉틀의 실밥이 툭 터질 것만 인간이 되는 걸까. 나는 지금 인형에게 납치된 영혼처럼 새벽을 펼쳐놓고 깊은 바닷속 문어처럼 생각하고 있어. 누가 촌스러운 먹물 아니랄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