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마음조각가 Oct 27. 2022

철 지난 유머입니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철 지난 유머처럼 우는 사람을 마주합니다. 나와는 울음 코드가 맞지 않아서 늘 한 발짝 앞서 걷는 사람. 생각에 울음을 가득 채우고서, 그는 요즘 유행하는 유머를 생각하며 걷는다고 합니다. 내가 잠시 뒤따르던 걸음을 멈추자, 그가 돌아보며 묻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기쁜 말이 뭔 줄 아세요? 그건 '기쁘다'입니다. 그럼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뭘까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가 내게 말합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예요. 나는 그의 말이 마치 유행가의 가사 같아서 오늘 처음으로 웃습니다. 지뢰를 밟은 사람처럼 그 사람도 내 웃음에 전염됩니다. 우리 두 사람은 언제 죽을 줄 모른다는 듯 마구 웃습니다. 웃다가 그가 정색하며 내게 이야기합니다. 웃을 일이 아니에요. 저는 그에게 말합니다. 살다 보면 알면서도 당하는 감정이란게 있어요. 지금이 그래요. 이미 철이 지난 유머가 되어 버렸지만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저녁이 낳은 첫 문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