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왔다

장여사의 퇴원기

by 최희정


"밥해놨어, 밥 먹으러와아아"


꽃밭에서 쿵 주저앉아 허리골절로 여름내 병원신세를 졌던 엄마가 9월 초 퇴원하셨다. 엄마가 처음에는 아파트 출입구 계단에서 주저앉으셨다고 했는데 그건 거짓말이었다.


입원 중 얼떨결에 실토를 하셨다. 누가 수국을 달라고 해서 삽질을 하다가 쿵 하셨다고. 하이고 엄니... 어쨌든 7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8월이 흘러가고 9월에 접어들어 집으로 돌아오셨다.


입원 후 한 달까지는 별로 차도가 없어 보여서 장기입원이 될까 봐 걱정이 많았었다. 하루 세 끼 골고루 차려진 반찬과 밥의 위력이었을까? 목소리가 먼저 짱짱해지시더니 조금씩 거동을 하셨다. 혼자 세수도 하시고 속옷을 내리고 입는 행동이 가능해졌다. 퇴원 바로 전에는 보행보조기 없이 침대를 붙잡고 몇 발 걷기도 하셨다.


그래도 집으로 곧장 퇴원하는 것은 불안했다. 큰언니가 당분간 언니네 집에서 지내자고 엄마를 설득했지만 안 통했다. 나는 엄마를 협박했다. 아직은 거동이 불편한 상태라서 집에서 혼자 계시는 것은 무리다. 그러다 다시 넘어지시면 그때는 장기입원이라서 요양병원으로 가실 수밖에 없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꿈쩍 안 하셨다.


결국은 집으로 퇴원하셨다. 퇴원하시고 나도 언니도 며칠간 엄마 집에 가지 않았다. 일부러 전화도 안 했다. 힘들어하시면 곧바로 언니네 집으로 모시고 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밥해놨다고 전화가 온 것이다. 목소리는 입원 전보다 더 명랑 쨍쨍하시다. 너무 궁금해서 반찬을 몇 가지 사들고 갔다. 어머나 얼굴도 좋아지셨다.


하루 세 시간씩 요양보호사님이 오신단다. 오셔서 밥도 해주시고 반찬도 해주신단다. 간단하게 청소도 해주시고 빨래도 해주신단다. 입원 전에는 아침에 혼자 밥 차려 드시기 귀찮으니 바나나 드시거나 대충 국에 말아 한 술 뜨셨다고 한다. 입맛이 없어서 아침밥 건너뛰고 싶지만 약을 먹어야 해서 할 수없이 드셨단다.


입원해있는 동안 병원에서 제대로 차려진 아침을 먹어서 그런지 배도 고프고 입맛이 돌아서 스스로 챙겨 드신단다. 가끔 지팡이를 짚으시지만 벽만 짚고도 다니신다. 전기밥솥에 밥하는 건 쌀만 씻어 넣으면 되니 아주 쉬운 일이란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세 시간씩 요양보호사님이 오신다. 일요일 빼고 하루 세 시간씩 다른 사람과 같이 지낸다는 것이다. 아빠 돌아가시고 십 년 넘게 혼자 사셨다. 어떤 때는 자식들이 자주 안 온다고 섭섭해하셨다. 어느 밤은 갑자기 배가 아파 혼자 끙끙대기도 하셨다. 그래도 혼자 사는 게 좋다고 꿋꿋하게 버티셨다. 그렇게 버티면서 알게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기력이 약해지셨다.


그랬던 엄마에게 미스터 트롯을 같이 보면서 임영웅 노래에 같이 흥겨워할 사람이 있다는 것, 살살 마당에 같이 나가 이 꽃이 뭐고 저 꽃은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일상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생기를 찾아준 것 같다.


"토란국 먹으러 와아아"


어제 퇴근 후 자고 났는데 엄마가 전화를 했다.


우리 집은 추석이면 꼭 토란국을 먹었었다. 나는 특히 토란국을 좋아해서 한 대접을 퍼놓고 먹었었다. 고깃국물에 넣고 끓인 하얗고 동글동글한 토란에 짭조름하고 찐득한 국물을 살살 끼얹으면서 먹으면 아흐 오늘이 추석이구나 싶다. 토란으로 고복격양하면서 행복해진다. 물론 올해는 엄마가 끓인 것은 아닐 거다. 그래도 엄마에게 가야지. 가서 토란국을 먹어야지.


그렇게 엄마 집에 왔다. 엄마의 거동을 관찰해 보니 퇴원 후보다 더 활기가 넘치신다. 몇 년 전처럼 내 밥을 차려주실 기세다.


밥 먹고 엄마와 같이 티브이를 본다. 나는 피곤이 덜 풀려 하품을 찍찍하면서 보는데 엄마는 열심히 박수를 치시며 노래를 따라 부르신다. 노래마다 따라 부르시는 게 신기해서 엄마는 아는 노래도 많다고 칭찬을 해드렸더니 저기 가사 다 나와 그러면서 화면을 가리키신다. 아, 그렇네. 아우 우렁차시다, 울엄아 목청.


#퇴원


#미스터트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