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 떡국

by 최희정


엄마에게 다녀왔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녀왔다. 딸아이가 동생 제대했다고 집에 와서 아이들과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작은 아이가 제대 후 아직 할머니께 인사를 가지 못했는데 전화를 해서 언제 오느냐고 물으신다. 돼지고기를 삶아 먹을까 연어회를 사다 먹을까 신나게 의논을 하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오늘은 할머니 댁에 가는 게 어떻냐고 물었더니 둘 다 흔쾌히 좋다고 한다.


가는 길에 딸아이에게 할머니께 전화를 드려 드시고 싶은 것이 있는지 여쭤보라고 시켰다. 전에는 이런 전화는 내가 했지만 요즘은 일부러 아이들을 시킨다. 한 번이라도 해 봐야 다음에 또 하게 된다. 엄마는 예상대로 그냥 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또 예상대로 언제 도착하느냐고 묻는다. 토요일 오후라 길이 막혀 30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대답하라고 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지만 일부러 그렇게 시켰다.


엄마 집에 도착해보니 고깃국 냄새가 가득하다. ‘니 아들 오면 주려고 갈비탕 사다 놨다. 왕갈비탕이래. 언제 오니?’ 지난번 통화하면서 묻던 엄마 목소리가 떠오른다. 주방을 지나면서 보니 뚜껑이 열린 냄비 안에 떡이 있다. 엄마는 갈비탕에 떡을 넣어 떡국을 끓여놓으셨다. 구부러진 허리로 포장된 갈비탕을 꺼내 냄비에 넣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양 팔꿈치를 싱크대에 걸치고 배를 기댄 채 떡을 씻어 냄비에 넣는 엄마 모습이 보인다.


떡국을 푸면서 보니 떡이 불어서 흐물흐물하다. 30분은 걸릴 거라고 했는데도 엄마는 손녀딸과의 전화 통화를 끊자마자 그때 이미 떡을 넣었을 것이다. 집 안에서 사용하는 지팡이는 안방 침대 옆에 놓여 있는 게 보인다. 얼른 국을 끓이려는 마음이 급해서 지팡이도 짚지 않고 부엌까지 나오신 것이다. ‘엄마, 그렇게 서두르다가 넘어지면 큰일 나. 이번에 또 다치면 엄마 이제는 장기 입원이야.’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날 선 잔소리를 불어 터진 떡과 함께 꿀꺽 삼킨다.


엄마는 아이들 밥을 해 먹이던 엄마의 마음으로 몸을 움직여 떡국을 끓이셨다. 딸인 나는 허리 구부러진 할머니가 된 엄마의 몸이 걱정된다. 마음을 이기지 못해 몸을 헤아리지 않고 급히 움직이다가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다. 그래서 평상시에 엄마 집에 갈 때는 간다는 연락 없이 불쑥 간다. 오늘은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해서 오라고 하는 바람에 간 길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가면서도 이렇게 몸을 움직여 음식을 준비할까 봐 걱정했었다.


“엄마, 다음부터는 내가 와서 할 테니까 그냥 기다리세요.”


“얘들아, 니 엄마가 떡이 불었다고 할미 야단친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자, 엄마는 까르르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농담을 던지신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말이 재미있다고 같이 웃는다. 엄마는 내가 집에 들어서서 주방을 흘깃 보는 순간부터 내 눈치를 보신 게 틀림없다. 내 잔소리가 나올까 봐 나름 대꾸를 준비하신 게 틀림없다. 고깃국에 말아져 꿀떡꿀떡 넘어가야 할 떡이 목구멍에 떡떡 걸린다.


“엄마, 거기 차렷하고 서 봐요”


허리가 성치 않은데 어떻게 차렷 자세로 서냐 하시면서도 엄마는 엉거주춤 일어나 서신다.


“아이구 지난번보다 허리가 많이 펴지네. 아까 만져보니 복대도 안 하셨더구먼. 요즘 식사 잘하시나 봐. 얼굴도 좋아지셨어.”


허리가 펴졌다는 내 말에 엄마 얼굴이 밝아지신다. 엄마는 오늘 숙제 ‘참 잘했어요.’ 도장 받은 표정이다. 목소리가 다시 빳빳해지는 엄마를 보면서 나도 숙제를 잘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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