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별로 눈썹 모양도 유행이 있다. 몇 년 전에는 아이의 눈썹처럼 일자 모양이 유행이었다면 작년부터는 살짝 각이 진 모양이 다시 나왔다. 70대의 눈썹과 80대의 눈썹이 다르다. 80대의 눈썹 문신은 대부분 퍼렇고 진하다. 노인이 많은 이곳에서는 시대 별 문신뿐 아니라 전국 여러 곳의 눈썹 문신을 볼 수 있다. 시골에서 오래 농사를 지었던 사람도 새겼고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도 그렇다. 그러니 아침에 병실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시대 별 지역 별 눈썹 문신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
진한 눈썹은 표정을 선명하게 살려준다. 수많은 화장품 중에 눈썹에 칠을 하기 위한 연필과 가루와 액체도 종류가 아주 많다. 좌우 양쪽 눈썹을 대칭에 맞춰 그리는 것은 어렵다. 너무 진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칠하는 것도 어렵다. 나는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눈썹을 그리기 시작했다. 양쪽 눈 위에 갈매기를 한 마리씩 얹고 나자 인상이 몇 배는 또렷해지면서 그래 까짓 거 세상아 다 댐벼봐 싶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날개를 펄럭거렸다. 사람들이 왜 눈썹 문신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할머니들은 눈썹 문신을 언제 새겼을까 궁금해진다. 가끔 물어도 본다.
"눈썹 모양이 이뻐요. 언제 하신 거예요?"
"벌써 몇십 년 된 거지."
이렇게 답하시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쁘다는 말이 좋으신 거다. 어디서 하셨냐고 되묻는다. 서울 부자 동네에서 하신 분도 있고 시골 어느 마을에서 문신해주는 사람 불러다가 누구 엄마랑 누구 엄마랑 같이 한 방에 누워하신 분도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잘 배우고 곱게 살았던 분도 시골에서 고된 일 하면서 거친 손으로 살았던 분도 모두 주름진 얼굴에 눈썹만 남았다. 꽃은 지고 줄기만 남은 꽃대 같다. 이제는 검은색이 빠지고 퍼런색만 남은 할머니들의 눈썹을 보면서 그녀들이 화장을 하면서 설레던 꽃 날을 떠올려 본다. 화장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에 동동 떠 있는 눈썹 문신을 보면서 그녀들이 동무들과 모여 앉아 입술에 붉은 구찌 베니를 칠하고 성냥을 달궈 속눈썹을 세우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하하 호호 깔깔 까르르 젊은 여인들의 웃음이 들린다.
구찌 베니ㅡ립스틱. 왜정을 사신 팔순 울 엄마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