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 돌아왔다

by 최희정

새벽마다 잘 주무셨냐는 아침 인사를 드리면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주문처럼 욕을 하는 분이 계시다. 나한테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돌봐주는 간병사에게도 그러신다.

심지어 간병사는 맞기까지 한다. 기저귀를 갈아드리거나 옷을 갈아입힐 때는 환자에게 몸을 가까이해야 한다. 그럴 때, 평소에는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손을 갑자기 내밀어 머리카락을 휙 잡아당기거나 얼굴을 꼬집거나 팔을 때린다. 매일 그러신다. 하도 당하는 일이라 간병사도 그러려니 한다.

어린아이들은 아파서 펄펄 열이 끓다가도 하룻밤 잠을 푹 자고 나면 이내 다시 벌떡 일어나 뛰어다닌다. 젊은이들도 비슷하다. 중년에 해당하는 내 또래는 몸이 그렇게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 석양 무렵 그림자가 길고 진하듯 몸살을 앓게 되면 며칠 입맛도 없고 기력도 떨어져 고생한다.

이미 여러 가지 병을 안고 계신 팔순 노인은 오죽하랴. 욕을 얌전하게 하시는 할머니가 갑자기 아프셨다. 열이 훅 오르더니 비위관으로 섭취되는 유동액을 토해내고 점점 더 기력을 잃어 가셨다.

여러 날을 그렇게 고생하셨다. 간병사가 할머니의 몸을 이리 누이고 저리 돌려도 머리채를 잡기는커녕 손가락 하나 들어 올리지를 못하셨다. “할머니”하고 불러도, 이름을 불러드려도 눈만 껌뻑이실 뿐이었다. 사나흘은 눈도 못 뜨셨다. 가슴팍을 아프게 자극을 해야 겨우 인상을 찡그리는 반응이 나왔다.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가족들도 애가 탔다.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원활하지 않아서 아픈 아내가 궁금한 할아버지께서는 병동 입구에서 서성거리다 직원의 짧은 설명을 듣고 가시곤 했다. 이런 날들이 보름 이상 계속되니 가족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눈치였다. 나도 밤에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며 근무를 하곤 했다.


이틀을 쉬고 출근한 날이었다. 새벽에 환자 곁에서 이런저런 수치를 확인하는데 할머니께서 눈을 뜨고 날 바라보신다. “할머님이 눈을 뜨셨어요.”라는 나의 호들갑스러운 감탄에 간병사가 씨익 웃으며 한마디 하신다.

"어제저녁에는 욕도 하셨어요."

"우와!"

"전처럼 길게는 아니지만요, 하셨어요. “


그날 아침 다음 근무자에게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인계를 주고받으면서, 나와 동료들은 모두 그분의 욕이 돌아온 것을 기뻐했다.


동료들의 말을 들어보니 할머니의 욕이 꽤 독특했다. 흔히 아는 한두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그런 욕이 아니다. 문장형으로 길게 ~~ 하다가 ~~ 하고 ~~ 하는 ’년‘으로 끝을 맺으신단다. 시작은 욕이 아닌듯한데 끝은 꼭 '년'으로 끝난단다.

이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시란다. 무려 권사님이시란다. 어쩐지 안녕히 주무셨냐는 인사에 ~~~ 하다가 지옥 불에서 뜨거운 맛을 볼 ’년‘이라는 욕을 조곤조곤 속삭이듯이 새벽 기도하듯이 자연스럽게 하시더라니.

할머니의 욕이 돌아와서 반갑다. 하지만 아직 너무 짧고 간단하다. 하날이시여, 욕이 넘치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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