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한 그릇

by 최희정

어릴 때 아프면 엄마는 새우젓을 넣은 죽을 만들어주셨다. 쌀을 불려 보드랍게 흰 죽을 쑤어 새우젓을 다져 넣어 간을 하셨다. 새우젓을 넣으면 소화가 잘 된다고 하셨다. 배가 아프거나 열에 들떠 입맛이 없을 때 짭조름한 새우젓 죽은 입맛을 돋워 주었다.


어제 아침부터 아들이 열이 나고 아팠다. 해열제를 먹이면 열이 떨어졌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열이 올랐다. 목도 부었다. 나는 아이의 열이 떨어지기를 바라며 지켜보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해줄 것이 없었다.


아이가 어릴 때 아프면 아픈 아이를 안고 같이 있었다. 뜨끈한 이마에 입을 맞춰주면서 얼른 낫기를 바랐었다. 아들의 나이가 스물이 넘은 지금은 그저 이마나 한번 짚어주고 만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이를 안고 있다. 눈길은 방 안에 누워 앓고 있는 아이에게 가 있다.


아이를 위해 쌀을 씻어 물을 넉넉히 잡아 죽을 끓이며 어릴 적 엄마가 해주었던 새우젓 죽이 생각났다. 새우젓을 넣는 것은 아이의 취향이 아닌지라 흰 죽을 쑤어 참기름과 간장으로 간을 해주었다. 아이는 아픈 중에도 한 그릇을 뚝딱 먹어 치웠다. 잘 먹으니 다행이다. 아마 죽조차 잘 삼키지 못했더라면 마음이 무거웠으리라.

하루 낮 하루 밤을 앓고 난 아이가 방에서 나와 씻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해진다. 거울을 보며 제 얼굴에 정성껏 스킨로션을 바르는 것을 보니 다시 농담이 나온다. 하루만 앓고 일어난 것이 기특해서 나 혼자 먹으려고 냉동실에 감춰 둔 아이스크림을 꺼내 주었다. 이거 먹고 후딱 다 나아서 밀린 설거지를 하라고 농담을 한다. 재활용 쓰레기도 네가 치워주기를 기다린다고 덧붙인다. 이미 내가 다 치우고 정리했다.


아이가 실실 웃는다. 나도 웃음이 난다. 낮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나 난다. 하늘이 파랗고 나무들은 다시 초록으로 빛나고 있다. 편안한 일상이 돌아온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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