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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l 12. 2022

'그림의 떡'이던 영국을 직접 맛보았을 때

20200204-여행7일차

하이드파크-버킹엄궁전-세인트제임스공원-트라팔가광장-내셔널갤러리-코번트가든-대영박물관-리버티백화점 


사실 영국이란 나라는 내 마음속에 '그림의 떡' 같은 여행지 중 하나였다. 여행 가고 싶은 나라 1순위였는데 미뤄뒀달까. 마치 맛있는 음식을 나중에 먹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고 하면 아실는지.


사실 프랑스 5일 영국 5일로 계획했던 여행이었지만 비싼 유로스타 때문에 밤늦은 기차를 타는 바람에 프랑스 6일 영국 4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영국엔 더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언젠가 한번 더 가고 싶은 그곳. 영국.


파리에 있던 숙소에서 영국에서 온 분들을 만났는데(사실 보통 영국 in-파리 out 코스가 국룰이라 그러던데 나는 파리 in-영국 out 코스였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직항에 국적기인 비행기였는데 특가가 떠서 얼른 결제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이 가격대는 없어서 흐뭇했다는) 날씨가 계속 흐리고 비가 왔다 해서 걱정했었다. 항상 비를 부르고 다니는 나로서는 이제 체념이란 걸 했는데 신이 도우셨는지 영국에 머물던 내내 날씨가 좋았다. 반면 파리는 내가 떠나온 날부터 비가 왔다고 한다.


버킹엄 궁전 가는 길. 아침에 초록색 잔디에 햇살이 내려앉는 것을 보면서 걸어갔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이건 남들 출근할 때 나는 놀러 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제일 먼저 으레 다들 가는 버킹엄 궁전을 향했는데 가는 길에 하이드 파크를 가로질러 갔다. 오전 시간이라 조깅하는 사람들과 출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나도 영국 사람처럼 공원에서 파는 커피 한잔을 사 손에 들고 걸었다. 도착하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는데 옆에서 주워들으니 근위병 교대시간이라고 했다. 뜻하지 않게 득템(?)한 나는 기다렸다가 스치듯 볼 수 있었다.


어머님 한 분과 딸 두 명이 여행 오신 거 같았는데 그분들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어머님께서 예쁘게 좀 찍어주라며 딸들을 구박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곳에서 또 걸어서 트라팔가 광장까지 갔는데 중간에 세인트 제임스 공원을 거쳐 갔다. 역시 잘 정돈된 공원이었는데 크고 작은 새들의 공격에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잘못하면 X 맞을 수도 있어서 얼른 벗어났다.


공원이 굉장히 많고 정돈이 잘 돼있다. 무엇보다도 (나한테는) 대형 크기의 이름 모를 새들이 많았다.


트라팔가 광장은 내셔널 갤러리와 붙어 있었는데 영국은 대체로 입장료가 무료라 슬쩍 들어가 봤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파리에 있을 때 지겹게 봐서 둘러볼 요량으로 들어갔지만 역시나 방대한 작품들 때문에 미로 속을 헤매듯 두리번댔다. 어딜 봐도 작품이 걸려있다.


그 많은 그림들보다도 나한테 인상 깊었던 장면. 학교에서 체험학습(?) 온 거 같았는데 그니까 얘네는 어릴 때부터 미술관 가서 실제 작품을 본다는 것이다.


이쯤 됐을 때 배가 고파졌는데 아침 겸 점심은 코벤트 가든에서 먹기로 정했다. 코벤트 가든은 음.. 뭐랄까 우리나라 아웃렛 같은 곳이다. 식당도 있고 작은 가게들이 쭉 늘어져 있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실수를 하는데 첫 번째는 그곳에 있는 애플에 들어가서 에어 팟 프로를 사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는 시음해보라고 줬던 밀크티를 사지 않은 것이다.


짐이 많아질까 나중에 면세점에서 사야지 했지만 면세점은 생각보다 많이 작았고(인천공항 면세점이 최고임), 에어 팟 프로는 이미 솔드 아웃, 내가 사려고 했던 티 브랜드는 그곳에 없었다. 에어 팟 프로는 한국에 와서 사긴 했는데 그 밀크티는 구하지 못했다. 가끔 생각나는 그런 맛이었는데...


암튼 눈요기를 실컷 하곤 배를 채우려고 했는데 이때 처음 쉑쉑 버거를 맛보게 되었다. 이 메뉴를 선택한 것 역시 주변 사람들이 많이 먹기도 하고 그 가게만 줄 서 있길래 나도 같이 섰다.


그런데 메뉴는 내 생각보다 많았고 뭘 먹어야 될지 몰라서 그냥 제일 맛있고 잘 팔리는 걸 달라고 했더니 어느 버거엔 뭐가 들어가고, 이 버거엔 뭐가 들어가고 이렇게 몇 개 설명하더니 니 취향에 따라 고르라고. 그럼 내가 왜 물어봤게 이 사람아.


결국 그냥 제일 기본을 시키고 어디서 주워듣기론 감자튀김에 밀크셰이크는 먹어줘야 한다길래 같이 시켰다. 버거도 버거지만 단짠의 완벽 조합인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는 찰떡궁합이었다.



이어 대형 박물관 쪽으로 걸어갔는데 여기도 어마 무시하게 거대해서 들어갔다가 몇 개의 작품만 보고 나왔다(사실 낮에 간 내셔널 갤러리 여파가 커서 질렸다).



마지막으로 백 년도 더 됐다는 리버티 백화점에 갔는데 내가 생각했던 백화점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외관부터 중세 영화에 나올만한 건축물 같았고 내부 바닥이 마치 우리 옛날 학교처럼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걸을 때마다 삐걱 거리는 소리가 멋스러웠다. 왠지 해리포터에 나올법한 건물 같기도.



이 리버티 백화점은 이후 영화 '크루엘라'에서 다시 보게 됐다. 영화관에서 '어 저기는???!!!' 하며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극 중 크루엘라가 백화점 외부 DP를 자기 스타일대로 바꿔놓고 술 먹고 뻗은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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