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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공방 Jan 18. 2024

자퇴하겠습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법

이렇게까지 학교를 다녀야 하나? 하루라도 빨리 자퇴를 해야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넘어야 가장 높은 산이 있었다. 부모님 설득하기.


오랜 시간 자퇴를 고민하면서도 나는 내가 결정만 내리면 일사천리 일이 진행되리라 믿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은 문제도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미 일 년이라는 시간을 학교에 나가지 않은 경험이 있었고, 이에 대한 원인제공자는 바로 부모님이었기에, 한 번도 가능한데 두 번이라고 안 될 것 무언가.


그러나 "학교를 그만 다니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 부모님이 보인 반응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당연히 그러라고, 혹은 왜 그러냐고 물을 줄 알았는데, 나의 제안은 단칼에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되고 올해는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뭐 이런 건가? 부모님의 입장은 이거였다.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거란다. 물론 그렇지, 그럼 하기 싫은 일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건가? 나의 물음표에 어른들은 뻔히 정해진 답을 내려주었다. 다들 그렇게 살아.


나는 학창 시절 술담배 한번 입에 대지 않은 (성적이 좋지 않은) 모범생이었는데, 자유의지가 꺾이는 순간 엄청난 반항아가 되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나까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살아서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누가 이기나 해봅시다!


학교 그만두기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무작정 버티기였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안 나갔다. 그냥 무작정 안 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찌나 무식한 방법인지 모른다. 사업하는 부모님이 집을 나서면 거실에서 놀다가 부모님이 돌아올 시간이 되면 다시 방에 스스로를 감금하기를 며칠. 그러나 나만큼 고집 센 부모님 역시 그러거나 말거나 나를 방치해 두었다.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만약에 이러다 자퇴를 못하게 되면 나의 내신 성적은 어떻게 되는 거지?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했다. 적극적으로 설득하기. 심리학에서는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 두 가지 방식을 제안한다. 하나는 나의 선택이 왜 옳은지에 대해서만 말하기. 만약 상대가 나의 편에 가깝다고 느껴지면 이 선택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테면, 머리를 하러 온 고객은 미용사의 편이다. 이미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때 미용사는 영양을 추가했을 때 얼마나 머릿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말하며 추가 비용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나의 편이 아직 아닐 때 첫 번째 방식은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 사기꾼 같고 장사꾼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지지하려던 마음을 철회하게 된다. 그럴 땐 다른 방식으로 설득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치명적 단점을 미리 고백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동산을 계약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솔직히 여기가 역세권은 아니라 대중교통은 불편하죠. 그래도 가격이 그만큼 저렴하니까'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이런 고백은 무작정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신뢰감을 준다. 


지금 이 순간만큼 부모님은 나의 편이 아니었다. 자유를 갈망하는 나를 억압하는 적이었다. 적을 내편으로 만들려면 자퇴의 순기능만 말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자퇴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정리하여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나는 게으르다. 그래서 아침에 혼자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독학을 못한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지 못하면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자퇴를 하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수학원에 등록한다면 이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의무적으로 아침에 일어나야 하고, 학교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 나는 이미 고등학교를 일 년 늦게 들어가 친구들보다 뒤처졌지만, 자퇴를 하면 대학 생활을 일 년 일찍 시작할 수 있다.


부모님이 공격할 거리를 이미 까발렸기 때문에 부모님은 반박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번 전쟁은 나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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