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열 Mar 27. 2020

n번방, 그리고 Sextortion

"벌거숭이 두더지쥐 사진을 보내세요"

지난번에 다녀온 학회 내용을 정리한 을 올리면서 섹스팅 (sex + texting)과 섹스토션 (sex + extortion) 내용을 포함할까 말까 망설였었다. ‘음, 이런 정보가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들께  유용할까?’라는 고민이었는데, 세상에, 올리기가 무섭게 한국에서 n번방 사건이 터졌다. 사실 ‘외국에서는 이런 일도 일어나니 참고하세요’라는 생각으로 올렸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더군다나 뉴스 내용을 들어보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요새 COVID19 문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한국 뉴스를 많이 본다.


참고로 '섹스토션'이라는 단어는 섹스 (sex)와 강요/갈취 (extortion)의 합성어인데, 개인 사생활 – 대게로 성적인 – 정보를 빌미로 성적 행위를 강요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북미에서, 특히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접근하는데, 이런 일이 워낙 많이 일어나다 보니 인터넷 소셜미디어 관련 세미나를 할 때에는 빠지지 않고 다루는 주제 중 하나이다.  


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날까? 정말 단순한 이유다. 바로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 대상을 찾기가 너무 쉽기 때문. 만약 30 – 40대 남성이 고등학생, 또는 대학교 초년생 프로필 사진을 사용해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었다고 상상해보자. 남성은 이제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보이는 대로 무작정, 100명, 200명, 300명 보내본다. 몇 명이 답장을 보내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딱 한 명만 걸리면 되니까. 거기다 한 가지 더, 미성년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어떠한 법에도 접촉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미국에 Coby Persin이라는 유투버가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이라는 제목으로 사회 실험을 했는데, 그 내용이 다름 아닌 ‘내 딸이 소셜미디어에서 만난 낯선 남자를 만나러 집을 나설까?’였다. 부모님들께서는 한결같이 "내 딸이 그럴 리가 없어"라고 했는데, 실험에 나온 전원이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낯선 남자를 만나러 나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6jMhMVEjEQg 참고 목적으로 동영상 링크를 첨부하였지만 이 실험을 좋게 볼 수만은 없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이러한 경험이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고, 수치심을 기반으로 한 훈육법은 절대 건강한 훈육법이 아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이러한 일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바로 ‘대화’다. 이러한 상황들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만약 모르는 누군가가 인터넷/소셜미디어를 통해 말을 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누군가 내 개인적인, 성적인 사진을 가지고 협박을 할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와 같은 시나리오들을 두고 자녀와 함께 해결책을 이야기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도움이 필요할 경우 부모님은 항상 너의 편이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말.로. 소.리.내.어.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님들 제발 '말'로 표현하세요. '부모 마음을 모르니?'라고 화내지 마시고. 자녀에게 독심술을 강요하지 말자.)


‘부모님께 제발 알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청소년 인터뷰 장면이 뉴스에 나왔는데, 아닌 게 아니라 수치심과 죄책감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더 큰 문제를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성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과 삿대질보다 이해와 위로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가해자가 다 가져가자.) 또한 '알아서 미리 조심하세요'와 같은 피해자, 피해 대상자 중심의 예방법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결과적으론 필요한 것은 가해자 예방교육, ‘이러한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이 아니라 ‘이러한 가해자가 생기지 않도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n번방 사건에는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북미에서는 통계적으로 여학생들보다 남학생들이 이러한 범죄에 당하는 경우 많다. 오죽하면 캐나다에서는 ‘누군가가 당신의 성기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라고 하면 벌거숭이 두더지쥐 사진을 보내세요!’라는 유머스러운 캠페인 (https://dontgetsextorted.ca/)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성범죄 피해 대상자는 여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가 당신의 성기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라고 하면 벌거숭이 두더지쥐 사진을 보내세요!’


참고로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이렇게 생겼다.      

이 캠페인을 생각한 사람 정말 기발한 것 같다.



인터넷, 소셜미디어는 분명히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처음 밖을 홀로 나설 때 ‘사탕 준다고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돼’라고 타이르듯 ‘프로필 사진이 잘 생겼다고 모르는 사람이 말 걸었을 때 대답하면 안 돼’ 같은 안전한 인터넷, 소셜미디어 사용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디지털 세대의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