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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열 Jan 04. 2023

나는 지인의 삶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생각

당신이 어제 뭐 먹었는지 대부분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작년 여름, 이직을 한 이후로 정말 눈코 뜰 새도 없이 일에 매달려 지냈던 적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시피 야근이 이어졌고, ‘이거 직장 옮긴 게 잘한 짓인가?’라는 생각이 매일 밤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인들과 만날 시간도 줄었고, 쉬는 날이면 밀린 집안일과 다른 일들을 하면서 보냈다. 소셜 미디어를 할 시간은 당연히 없었다. 


그렇게 한참 지내던 중, 오랜만에 친구 둘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래간만에 외식도 좀 하고,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보낸 시간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려 하다가 잠시 망설여졌다. 


만약 내가 이 사진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잘 지낸다고 생각할까? 


물론 못 지내는 것은 아니었고, 제법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요점은 그게 아니다. 바로 내가 보이는 이 소셜 미디어의 내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 노예처럼 일 하다가 잠깐 기분 좋은 시간. '그래 뭐, 소셜 미디어는 결국 모든 사람들의 좋은 이미지, 즐거운 모습만 담은... 뭐랄까, 가식적인 공간이니까...', 인지하고 있지만, 뭔가 그날만큼은 더 크게 실감 났다. 


결국 나는 그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 내가 이 사진을 올려서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결론. 물론 20-30대처럼 한창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서 애쓰는 나이도 지났지만, 내 단편적인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이질감이 느껴졌다. 


얼마 뒤 상담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을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고 고심 끝에 계정을 닫게 되었다. 그리고는 지인들과 간간히 소통하는 계정만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마저도 귀찮아서 잘 안 해. 그렇게 소셜미디어에서 한 걸음 물러난 지 약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어렴풋이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 실감하지 못했던 사실이 더 크게 부각되었다. 그것은 내가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그다지 흥미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인에게 무관심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지인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궁금하지도 않다. 이 사실을 깨닫는데도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그 이유는 소셜미디어는 지속적으로 피드(feed)를 통해 나에게 타인의 삶을 보도록 강요하고, 그로 인해 (의도된 것이던 아니던) 상대적 박탈감, 또는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피드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다른 사람이 가졌다는 것을 더더욱 부각하는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내 삶의 브랜딩을 강요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지를 항상 무의식적으로 연구하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끼워 맞추려는 행동은, 일시적으로는 이 불편함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실제의 모습과 다른, 괴리감이 점점 커지게 되고, 스스로에게 불만족을 느끼게 된다. 


이 생각이 가장 커지게 된 시점은 내가 인스타그램 대부분의 계정을 ‘Mute’시키면서부터다. 팔로워가 늘어날수록 올라오는 콘텐츠도 많아지고 그것을 일일이 읽고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비즈니스 목적 이외의 계정은 전부 ‘Mute’시키자는 결정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90% 이상 계정들을 전부 내 화면에서 없애버렸다. 만약 내가 정말 궁금하다면 그 사람들 계정에 직접 찾아가면 되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정말 놀라울 정도로, 나는 궁금하지 않았다. 


상담을 할 때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내담자와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사용이 자신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어떠한 변화를 주기에는 주저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사용하고 있으니 혼자 사용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생각, 그리고 외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결국 나를 찾았다. 오히려 소셜미디어는 내가 별로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연락할 문을 열어주는 도구로밖에 활용되지 못했다.  


'소셜 미디어'라는 것이 내 인생에 들어온 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 싸이월드를 시작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인스타그램 (그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이 세 가지를 제일 많이 사용한 것 같다). 우리가 소셜미디어를 시작하는 이유는 열이면 열 다 긍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지인들과 조금 더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등등.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을 브랜딩 하고, 피드로 올라오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경험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 결국 소셜 미디어,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아닌, 많은 사람에게 나의 보정된 모습을 보이는 '수단'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럴 이유도 없을뿐더러, 누구나 자기만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나쁘다는 것 또한 아니다. 분명 재미있고 흥미로운 점도 많다. 한동안 연락 안 하던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어떤 맛집이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물론 그 모습이 얼마나 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겠지만. 


내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소셜미디어에 지나치게 다가선 우리가 스스로를 브랜딩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면 그 강요는 건강한 것인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자투리: COVID19 팬데믹 이후, 가장 사용량이 많은 것을 뽑으라면 단현 1위로 나는 유튜브를 뽑을 것 같다. 물론 그 전에도 사용을 많이 했었지만, 과거에는 필요한 것들을 보기 위해 방문했다면, 이제는 일상처럼 새로운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보기 위해 방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마치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그리고 내가 찾던 콘텐츠 외에도 물론 유용하다고 하면 유용하겠지만, 동시에 소모 위주의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시간이라는 비용을 지불하며 유튜브를 청취한다. 만약 유튜브의 피드가 없어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찾아야만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사용시간을 얼마나 변하게 될까. 사람들이 유튜브에 필요한 정보를 찾으러 들어갔다가 몇 시간 뒤에 전혀 다른 영상들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농담이 한편으로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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