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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Aug 21. 2022

영도에서 한 달 살기

영도에서 만난 문화예술기획자들_(4)_순금미디어 대표 마일로

순금미디어 대표 마일로


보경) 마일로님, 괜찮으세요?

마일로) 아 사실은, 어제 편집이 안 끝나서 밤을 새웠어요. 방금까지도 항해자 분들 촬영하고 오고...

보경) 엄청 피곤해 보여요. 안 더우세요? 사진용 인가요?

마일로) 사실, 어제 절 바지에 이 티셔츠를 입고 편집을 했어요. 오전 11시에 끝나는 바람에 의자에서 살짝 졸았다가 일어나서 형수(마일로의 친구)가 세면도구를 줘서 씻고 왔는데, 면도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수염을 못 깎았어요.

보경) 티셔츠를 가리려고 이 날씨에 긴 남방을 입으셨군요. 더우시면 벗으셔도 돼요.

마일로) 티 났나요? 하지만 컨셉을 유지하겠습니다.


마일로가 영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 절영해안산책로


보경) 이 길이 영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인가요?

마일로) 사실 좀 어려웠어요, 선택하기가. 근데, 고민해보니까 여기를 제일 쉽게 떠올리더라고요. 여기는 탁 트여있고, 갈 때랑 올 때 시야가 달라져서 좋아하는 곳이에요. 예전엔 여기가 간척이 안 됐을 때, 이쪽 길을 따라 걸으면 아름다웠어요. 이 길 전체를 다 좋아해요. 남포동에서부터 영도다리 건너서 이 라인을 많이 다녔어요.

보경) 어렸을 때부터요?

마일로) 네. 중학생 때부터요. 제가 남중을 나왔는데, 데이트를 하게 되면 꼭 여기를 걷게 되더라고요.

보경) 거리가 꽤 되는 편인데, 그렇죠?

마일로) 꽤 거리가 되죠. 자주 오다 보니까 무뎌진 것도 있어요. 예전에는 걷는 걸 되게 좋아했는데, 지금은 안 좋아해서.

보경) 일이 너무 힘드셔서 그런 건가요?

마일로) 맞아요. 앉아서 작업하는 걸 되게 좋아하고. 결과물 내는 걸 좋아하고. 많이 변했죠.


마일로 인스타그램 - 좌상단(춤추는 마일로), 좌하단(폼폼이), 우상단(영도문화도시센터사업 영상), 우하단(순금미디어 영상)


보경) 사실 저 어제 작업하신 거 다 봤거든요. 재재 빙의 되가지고, 순금 계정 보고, 마일로 계정 보고. 그래서 마일로님이 많은 변천사를 거쳐오셨구나 보여가지고 신기했어요.

마일로) 마일로 계정에는 부끄러운 거 많을 텐데, 무섭네요.


보경) 춤추는 마일로님을 봤어요. 춤은 언제부터 배우셨던 거예요?

마일로) 제가 원래 어렸을 때부터 하나에 집중을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학교 성적표 보면 '산만하다.'가 꼭 적혀있는 학생이었어요. 하나의 일을 오래 못했었어요. "엄마 나 컴퓨터 배울래, 축구 배울래, 드럼 배울래." 약 3달씩만 배운 거죠. 그러다가 그날도 어김없이 춤이 멋있어 보여서 춤을 하겠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또 몇 달 안에 그만두겠지 하고 보냈대요. 그게 엄청 오래됐죠.


보경) 동네에 있는 학원에 다니셨나요?

마일로) 아니요. 제가 학교에서 지금은 K-POP이라고 부르고, 옛날에는 방송댄스라고 불리는   췄어요. 그때 당시에,  너무 부끄러워서    마주치고 말할게요. 비의 레이니즘, 동방신기의 주문, 2PM 10 만점에 10, 제가  췄어요. 정확하게는 원더걸스 텔미 때부터. 원더걸스 텔미를 하는 순간, 친구들보다 안무를 습득하는 속도나 웨이브의 질이 다르다는  일찌감치 깨우쳤죠. 그래서 춤을 춰볼까? 거만하게, 고등학교 때인가? 정장을 입고 댄스학원에 등록하러 갔어요. 왜냐면 제가 레이니즘에  빠져가지고. 거만하게 저는  추는 사람이니까  추는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서 그걸 지켰죠. 해운대까지 갔어요. 가는데 왕복 3-4시간 됐었죠. 저는 거기서 세상을 배웠어요.


보경) 그때 당시 부산사람들한테 해운대는 최신 문물이 들어오는 곳이었잖아요.

마일로) 맞아요. 저는 거기서 대화하는 법, 유머를 하는 법을 배웠죠. 저는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히키코모리 스타일이었거든요. 저에 대한 자존감이 높지는 않았어요. 근데, 춤을 하면서 자존감을 찾고, 옷 입는 것도 배우고, 진짜 뭔가를 많이 배웠죠. 처세도 배우고. 그렇게 췄어요. 군대 가기 전까지.


절영해안산책로에서 포즈를 취하는 마일로


보경) 군대에서는 춤을 추기 어려웠나요?

마일로) 군대를 갔는데, 군악대를 뽑는다는 거예요. 군악병을 하고 싶어서 손을 들었죠. 예전에 드럼을 배운 게 있어서, 그 깔짝 배운 거. 근데, 춤춘 사람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군복을 입고 엄청나게 웨이브를 해댔던 기억이 나요. 그 뒤에는 아득해요. 왜냐면 빡빡머리에 춤추는 제 모습을 기억하고 싶지 않거든요.


보경) 외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 봐요.

마일로) 모든 댄서는 옷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춤이 엄청 달라져요. 왜냐하면 자존감이 춤으로 이어지거든요. 그래서 옷을  입어야 하는데, 일단 군대에서는  혼자   있는 전신 거울을 찾기가 힘들고, 그걸 찾는다고 해도 갈색 나시에 군번줄 딸랑거리면서 얼굴은 시커멓게 타서 군복 바지 헐렁하고, 그러면 힙합을  수가 없어요. 그것은 힙합이 아니죠. 힙합은 문화를 따라가야 하는데, 제가 어떻게 춤을   있었겠어요. 자괴감이 들어서 춤을  했어요. 대신 저는 그림을 그렸어요.


보경) 봤어요. 2015년쯤에 많이 그리셨더라고요.

마일로)  무서워. 맞아요. 군대 안에서 제가 상상력을 펼칠  있는 , 그림이더라고요. 평생 책을  읽었는데, 그때 그림에 대한 많이 읽었어요.


마일로) 대단한 일러스트 작가가 되겠다 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군대 나오면 파이팅이 생기거든요. 그림만 하며 먹고살기 힘들었죠. 그래서 PC 알바도 하고, 회사에서 디자인도 하고... 서울 살았거든요, 군대 전역하고.

보경)  서울로 가셨어요?

마일로) 부산에서는 배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영도에서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을  욕심나는 학원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거기도 입시미술 쪽이더라고요. 제가 원하던 것은 디즈니나 카툰네트워크였는데. 서울 가서 쉽진 않더라고요. 전시도   했어요. 종종 알아봐 주시는 큐레이터 분들도 계셨고, 그렇지만 먹고살기가 힘들더라고요. 서울에 월세도 너무 비싸고. 그래서 댄서 친구들이나 영상  찍어줘라 해서     찍어줬어요. 10 , 20  받으면서 했어요. 저는 그게 너무 소중한 거예요.


내가 창작을 펼치는데 누군가 나한테 지불을 하는구나. 그게 영상의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사진 찍고 싶은 포즈를 구상해온 마일로3


보경) 그림 그리실 때는 그런 게 아예 없으셨던 거예요?

마일로) 그렇죠. 제가 창작한 건 호불호가 강하게 갈렸죠. 근데, 영상은 누가 찍어도 예쁘게 나와요. 영상은 원래 그런 거예요. 제가 엄청나게 영상 신봉자거든요.


영상은 엄청나게 멋져요. 몇 가지 이유를 대자면 이 순간을 기록할 수 있어요. 지금 나온 매체들보다 엄청 생생하게. 왜냐하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사로잡거든요. 너무 매력적이죠.


저는 처음엔 핸드폰으로 찍고 다녔거든요. S9+라는 핸드폰을 얼마 전까지도 썼어요. 한 4년 정도? 친구들이 댄서를 옛날에 하다 보니까 그 길로 쭉 갔던 친구들은 다 성공해있는 거예요. 네임드가 되어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영상을 찍어주니까 이 사람 그 사람이랑 작업했다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만족을 크게 했죠.


보경) 마일로 님은 인정 욕구가 굉장히 중요하시군요?

마일로) 맞아요. 저는 정말 사회적인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굉장히 중요하죠. 영상 하면서 유일하게 사라졌던 게, 배고픔이었어요. 제가 얼마나 배고프게 살았냐면 집에 가구가 전자레인지 하나였거든요. 전자레인지도 진짜 힘줘서 샀어요.

보경) 서울 어디서 사셨어요?

마일로) 연희동에 다 쓰러져가는 집.

보경) 그때 당시에 연희동이 핫한 동네가 아니었나 봐요.

마일로) 제가 뜨고 나니까 뜨더라고요. 정말 열악했어요. 밖에 누가 지나가는지, 윗집 외국인들 싸우는 소리. 전자레인지가 하나여서 매일 3분 카레를 먹었어요. 매일매일매일... 매일. 3분 카레 중에서도 유통기간이 끝나기 직전만 먹었어요. 그래서 오뚜기 사장님 되게 좋아하고요. 진짜 멋진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 가격에 그 정도 퀄리티.

보경) 오뚜기랑 나중에 작업하시면 진짜 찐 결과물 나오겠네요.

마일로) 엄청 해보고 싶네요. 어쨌든, 영상을 하니까 배고픔이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영상을 자꾸 해야겠다 마음먹었었죠. 그리고 돈을 좀 모았어요. 그때는 옷 사업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무턱대고 사업자를 내고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영상은 사실 직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어요. 근데 옷 사업이 잘 안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살지 ? 했는데, 중고등학교 동창인 형수가 맥주   하자 했죠. 제가 휴대폰 카메라 쓰는  보니까 멋져하더라고요. 형수는 원래 사진관집 아들에, 취미도 사진이고, 군대도 사진병가고, 직업도 사진 하고. 그때 형수가 저한테 알려주고 싶었나 봐요.  패기를 좋게 봤나 봐요. 그때부터 맥도날드를   동안 갔어요. 같이. 왜냐하면   돈을  버니까. 계속 그렇게 다녔는데, 형수가 어느  '아지트 하나 가져볼래? 해서 아지트를 가지자.' 해서 순금미디어가 탄생했죠.


순금미디어 로고


보경) 바로 전포동(현재 순금미디어 사무실이 있는 동네)으로 가신 거예요?

마일로) 아니요 원래는 센터 옆이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누가 똑똑똑 하고 들어 오는 거예요. 깡깡이 마을에서 여자분을 보기 힘든데, 영상 맡겨보고 싶다고 하셔서 옳다구나 해보자 하고 시작했죠. 하고 나서 지금까지 약 3년간 센터와의 인연이 이어졌어요. 제일 처음에 맡아서 한 게 PLACE LAB이라는 영상을 했는데, 촬영이 되게 고됐어요.


보경) 그만큼 영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 담겼어요.

마일로) 아이고 감사합니다. 힘들었지만, 그걸 계기로 센터와 인연을 맺어가기 시작했어요. 센터 덕분에 사실 엄청 많이 소개받았어요. 부산문화재단, 한국관광공사, 서울예대에서도 연락이 오시고. 피식대학에서 저희꺼 패러디했어요.  기획을 패러디했다고요. 사실, 피식대학을 제가 뭔지 몰랐거든요. 기분이 너무 나쁜 거예요.    배껴?

보경) 패러디에요 표절이에요? 출처 밝혔어요?

마일로) 아니요. 속상했지만, 나의 능력이 너무 대단해서 이런 일도 당하는구나 하하 했는데, 그쪽 학생이 연락해서 올려라 해서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연기하시는 분들은 많이 본 영상이라 최고의 효자 영상이죠. 조회수가 잘 나왔어요. 작년과 올해도 깨기 힘들.


보경) 지금까지 작업하신 것 중에 마음에 드시는 작업은 뭐예요?

마일로) 두 번째로, 내일의 항해 캠프. 재밌게 나올 거 같아요. 저의 홈그라운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거고. 처음엔 영상을 찍히기 원하시지 않는 분들이 많았는데, 끝날수록 저를 괴롭히는, 찍어달라고, 어필하시고 하니까 열심히 찍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상이 되게 재밌더라고요. 편집을 해봤는데 좋아요. 지금 예리님(항해캠프 크루) 한테 빨리 보내드려야 하는데...


보경) 되게 궁금해요. 센터랑 아카이브 영상으로 계약을 맺으셨을 거잖아요. 그런데 마일로님은 그냥 아카이브를 할 것 같지 않으셔서요.

마일로) 센터 측에서는 서정적인 영상을 좋아하긴 했어요. 그게 가장 안정적이잖아요.

보경) 근데, 마일로님 스타일은 그게 아니시잖아요.

마일로) 맞아요. 저는 서정적인 감성이 별로 없어요. 눈물은 많지만, 울어도 재밌게 울어요. 그런 감성이 별로 없어서 어렵죠. 물양장콜렉션이 많이 벗어난 거예요, 센터에서 원하는 틀에서. ' 음악을 쓰다니 너무 좋아요' 라고 했어요, 센터에서. 제가 계속해서 깨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끝까지 가도 되겠습니까? 하고 물어봤어요. "알아서 하시죠."라는 답변이 돌아와요. 근데 저는 마음에 들어요. 실제보다   나왔어요.


보경) 센터뿐만 아니라, BMI MAGAZINE에서 순금미디어와의 작업 관련 후기를 적어두셨더라고요. 회의하면서 협의점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적어두셨는데, 마일로님이 클라이언트들과 협의를 해가면서 만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일로) 그렇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클라이언트들 하고도 영상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대화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행사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해요. 오히려 이해하면서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돼요. 그래야 영상이 잘 나와요. 왜냐하면 영상이 100% 다 안 나오거든요. 100개 주셔도 다 아름답게 나올 수 있는 게 80개가 안 나올 거예요.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일로의 반려 얌얌이


보경) 근데, 마일로님은 왜 마일로님이에요?

마일로) 제가 유치원 때, 와 저는 진짜 비디오 꾼인 가봐요. 비디오를 진짜 많이 빌려봤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초등학교 때부터. 아 다시 할게요. 컷.

보경) 너무 영상 하는 사람 같잖아요.

마일로) 자! 제가 어렸을 때 마스크맨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거기에 나오는 강아지가 마일로에요. 너무 똘똘한 거예요. 유치원 때 소꿉장난 하는데, 친구들이 엄마 할래 아빠 할래 하는데, 나는 마일로 할래 했어요.

보경) 저 얌얌이(마일로의 반려 강아지) 봤어요.

마일로) 얌얌이랑 복실이랑 섞어서 만든 게 폼폼이죠.

보경) 폼폼이 너무 귀여웠는데


항해캠프 영상을 촬영중인 마일로


보경)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떤 영상 작업을 하고 싶으세요?

마일로) 저는 사람을 잘 담고 싶어요. 예전에는 어떤 대기업과 하고 싶다 했는데, 그거를 버리게 된 게, 박지현 크루가 대표님은 왜 자기가 하는 기획이 없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보경) 아 아프다. 완전 칼로 찔리셨네요, 푹.

마일로) 왜 나는 다른 사람 기획만 하지? 내가 만든다면 뭘 만들까? 원래는 춤 영상을 좋아했는데, 제가 나이가 좀 들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사람 한 명을 잘 담고 싶어요. 그러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한 기획은 뭐냐면, 네임카드 같은 건데, 명함인거죠. 명함이 꼭 정지된 글이나 이미지로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해서 네임카드가 영상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런 기획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경) 명함을 대체할 수 있는 이미지는 무엇이 있을까요?

마일로) 일단 몸이고요, 걷는 포즈라던지, 그냥 서 있는 포즈라던지, 그런 거 있잖아요. 다리를 안장으로 걷는 사람 있고, 다 다르잖아요. 저는 그것도 사람만의 개별성이라고 생각하는데, 표정도 카메라를 들이밀었을 때 나오는 표정이 있거든요. 그 표정은 담기 싫어요. 목소리, 좋아하는 것 등, 이런 것들이 인생 살면서 할머니 됐을 때나 한 번 할 수 있을걸요. 나 젊었을 때야 하고 볼 수 있겠죠.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젊었고, 이런 생각을 가졌던 사람이구나 하고. 사진 한 번 영상 한 번 남기는 게 인생에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저는 영상이 너무 좋고, 죽을 때까지 영상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영상을 하는데 즐겁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면 다 피하고 즐겁게 영상 하고 싶습니다.


보경) 끝.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일로) 오, 이제 해 뜨네요?

보경) 해 뜨니까 더 아름답네요.


구름 속 해가 뜬 절영해안산책로


마일로) 이 공간은 안 부서질 것 같아서 좋아요. 왜냐면요 제가 영도 신선로 살 때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집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한 번 봤거든요. 천장이 허리춤까지 내려오더라고요. 오래돼서 천장 벽지가 삭아서 내려오더라고요. 사람이 안 살면 집이 빨리 간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드라마틱하게 무너져 내리는 거예요. 대문 딱 열고 할아버지 할머니 딱 외치고 오른쪽 문 열고 왼쪽 문 열고 하는 루틴이 있었는데, 그 루틴을 다시 겪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슬펐어요. 그 뒤로 저희 집도 아파트 생긴다고 해서 쫓겨났어요. 제가 철거되기 전 날 거기 갔다가 대성통곡했어요. 진짜 많이 울었는데 강아지랑 뛰어놀았고 내가 창작했던 순간이랑 엄마 아빠랑 있었던 일, 아버지가 엄청 힘드셨을 때 마당에서 같이 포옹했던 일, 그런 일이 스쳐 지나가니까 너무 슬퍼가지고. 근데 그 공간이 정말 먼지 한 톨 안남고 다 사라졌다고 하니까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공간이 없어지는 게 진짜 슬프더라고요. 공간이 운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친구가 말해줬어요. 공간이 진짜 울더라고요. 제 눈시울이 붉어져서 공간이 일렁이는데 그 공간이 같이 우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 느낌 처음이었고 다시 못 느낄 것 같은 감정이었는데... 어쨌든 다른 건 다 부서질 것 같아요. 여기는 진짜 안 부서질 것 같아요. 그래서 제일 좋아요. 진짜 안 부서질 것 같지 않아요? 형태는 조금 변할 수 있겠지만.




마일로는 영도에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돌아온 영도 사람이다. 끊임없이 다양한 것들에 시선을 두는 공상하는 다능인이기도 하다. 춤, 그림, 패션, 영상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관심사의 궤적은 현재 영상에 머무르고 있다. 순금미디어의 대표이자 촬영 및 편집, 영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통해 영상 기획의 협의점을 찾아나가는 사람이다. 영상의 재미와 완성도를 위해 현재 항해캠프의 모든 이벤트들을 쫓아다니고 있는 열정맨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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