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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Jul 15. 2022

통영에서 한 달 살기

4화 :  숙소 이야기 3(명상과 맥주의 오묘한 공존 미륵미륵맥주호스텔)


두 번째 주의 일정은 섬으로의 산책이었다. 숙소 선정에 통영항과의 접근성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 다만, 항구 특유의 진한 매연 냄새를 피해서 도보로 걸을 수 있는 조금 떨어진 곳을 찾았다.


두 번째 고려사항은 합리적 가격이었다. 숙소에 오래 머물지 않을 일정이었기에 깔끔하고, 괜찮은 가격대의 숙소를 찾았다.


1-2인이 쓰기에 괜찮은 공간이었고, 화장실이 공용이긴 하지만 깔끔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전 회사 팀원이 추천해준 곳이라 믿음이 갔다. 입소문이 이래서 중요한가 보다.)


그렇게, 통영항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미륵미륵맥주호스텔로 숙소를 정하게 되었다.


미륵과 맥주. 정반대 선상에 있을 것만 같은 성스럽고도 쾌락적인 두 단어의 조합이 오묘했다. 하지만 나는 명상의 고요함과 맥주의 달달함을 둘 다 좋아해서 사장님도 좋아하는 두 가지 조합의 컨셉으로 운영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숙소 체크아웃 후에 열한 시쯤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잠시 기다렸다. 스탭처럼 보이는 분께 여쭤봤더니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을 알려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소해주시는 분이셔서, 운영 상세 사항은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짐을 보관하고 근처 남망산 조각공원과 항남동 근처를 산책했다. 무더운 날이어서 4시에 체크인을 하러 숙소로 돌아왔다. 사장님이 계시진 않았지만, 미리 보내주신 문자 덕분에 방문을 열고 짐을 풀었다. (5시부터 1층 펍 영업시간이라 그때 맞춰서 계시는 것 같았다.)


숙소는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천장에 조명등이 없는 게 신기했는데, 방문 앞 간이 조명, 침대 옆 스탠드 조명, 평상 쪽에 있는 작은 무드등을 이용해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짐을 풀고 아래로 내려갔더니 사장님을 만났다. 웰컴 음료로 생맥주를 주신다고 하는데, 저녁시간이 가까워져서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첫날 외에는 밖으로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사장님 뵙기가 어려웠다.)



숙소는 후기처럼 깔끔했다. 매일 청소가 되어있었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장실에 끝이 삼각형으로 접혀있던 휴지였다.


다만, 12시까지 펍의 음악이 방 안까지 들려왔다. 방음이 잘 되지 않아서 옆 방에서 문을 열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즐기는 여행으로 왔다면 더욱 좋았겠다 싶었다.



하루는 펍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공간 안에 있는 미륵의 모습이 참 달라 보였다.(마치 인간스러운 미륵보살님…) 아침엔 인적이 없어 고요한 미륵이었지만, 밤의 미륵은 DJ미륵이었다.


아침이나 낮에 요가나 명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조금 더 명상과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맥주와 조금 더 가까웠던 미륵미륵맥주호스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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