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숙소 이야기 5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나의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욕망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올해 3월, 통영에 도착해서 우연히 해안도로를 걸었다. 죽림 해안로는 충무도서관에서 죽림 신우희가로 아파트 앞 까지 약 1.9km 길이의 해안도로이다. 쭉 뻗어 있는 도로, 건너편에 보이는 산 아래 아기자기한 마을, 시원하게 파도를 가르는 배, 빛나는 물결 사이 윤슬.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통영 한 달 살기 숙소로 가장 먼저 구한 곳이 바로 죽림 해안로 앞의 숙소였다. 통영 한 달 살기 프로그램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비용의 부담으로 먼저 신청하는 걸 고민하고 있었다. (그동안 성수기의 숙소 예약이 얼마나 잘 되는지, 비용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알 수 있었다. 안 본 눈 삽니다:;;) 하지만, 덕분에 한 달 살기 숙소가 다채로워졌다.
바다가 보이는 집의 조건 중 하나는 큰 창문이었다. 큰 창문에 바다가 가득 차있는 풍경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 군데는 창문 앞 침대가, 한 군데는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쓰고 싶어서 책상과 의자가 있는 집을 선택했다.
날씨가 맑을 때도, 흐릴 때도, 비가 올 때도 각각의 매력이 있는 곳이다. 통영의 날씨는 제주도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오전에 비가 쏟아지다가도, 오후엔 다시 해가 나기도 하고. 풍경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큰 창문은 숙소에 머무를 충분한 조건이 된다.
빔프로젝터와 넷플릭스 덕분에 우영우도 6화까지 섭렵할 수 있었다. 숙소에 빔이 있는 것도 숙소에 머물기 좋은 요소이다. 원룸형 숙소로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식기류까지 구비되어있다.(파란 계열로 맞춰서 있던 것도 킬포) 침대는 여름 침구류로 뽀송뽀송하다. 원룸이 옆 집과 붙어 있는 건물이라 방음이 잘 안 되는 것과 에어컨과 침대가 조금 멀리 있는 구조인 점이 다소 아쉬웠다.
숙소 예약은 한 달 살기 숙소를 구할 수 있는 리브애니웨어에서 할 수 있었다.(최소 6박부터 예약할 수 있는 것 같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잠시 머무르기에 좋은 곳인 것 같다.
이마트가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어서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금방 도착했다. 도보 15분 내로 하나로마트와 탑마트도 있다. 죽림이 통영 신도시이다. 새로 짓는 아파트들이 있고, 오피스텔 등의 주거시설이 굉장히 많은 동네였다. 찾아보니 통영 인구의 20%가 거주하고 있는 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계획도시라고 한다.
숙소 바로 앞에서 밤바다를 산책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자전거 도로와 도보가 함께 있어 많은 통영 시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는데, 일시적 통영 거주민 2명도 함께 열심히 걸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