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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도 Jan 06. 2023

"시리야, 나는 한글을 몰라"

시리와 7살 아이의 살가운 대화

"시리야, 나는 한글을 몰라" 

"시리가 읽어줘, 아니면 사진으로 보여줘"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이 작년에 아이폰에 대고 시리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초등학생이 되면 그럴 수 있는 시간은 거의 끝난 것 같지만, 가능한 아이의 속도와 선택에 맞춰 같이 살고자 한다. 


'보내보고 싶어서'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해서' 등의 이유로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싶어 하거나 친구들이 다니는 것을 보고 가고 싶어 하면 그때 함께 고민했다. 


학원가에서 여러 학원을 다니며 성장했고 대학생 때 과외, 학원 조교 알바를 오래 한 내게 학원이 '애증'의 감정을 안기는 공간이라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있다. 


학원에 예약을 잡아 상담을 같이 가고 여건이 될 때는 체험 수업을 보낸 뒤 계속 배우겠다고 하면 등록했다. 


그렇게 아이는 첫 학원으로 수영을 몇 달 동안 나름 즐겁게 다녔고 그 이후에 간 호캉스에서 예전에 물을 두려워하던 것과 달리 먼저 적극적으로 물에 뛰어들고 물에서 신나게 노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물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극복하고 물놀이를 즐기게 된 것처럼 스스로 궁금한 것에 대해 답을 찾고 놀이처럼 그 답을 습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의 쓰지 않는 오래된 아이폰을 부모의 시선 안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쓸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아이는 그 아이폰으로 본인의 관심사에 대한 지식을 늘려갔다. 


이 글을 쓰다가 아이의 성장과 아이폰 활용이 문득 대견했던 제주 여행이 떠올랐다. 


공룡, 식물, 행성, 동물, 야채, 과일, 제주 ... 


처음에는 엄마, 아빠를 따라다니며 본인이 궁금한 것을 말하고 구글, 네이버, 유튜브 등의 검색창에 입력해달라던 아이는 아침에 엄마가 "시리야, 알람 꺼줘"라고 말한 것을 유심히 본 모양이다. 


그러더니 "시리야, 목성" 


"시리야, 토성" 

"시리야, 아보카도가 뭐야?" 등의 말로 시리에게 자신이 듣고 싶은 것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때로는 인식이 잘 안 되기도 하고 원하는 대답을 못 들을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경우 시리는 친절하게 아들이 물어본 것에 대해 사전적인 정의를 들려주거나 해당 이미지를 보여줬고 


행성을 그리는 중 

아이는 그 이미지를 따라 그리거나 그 내용을 반복해서 듣는 방식으로 자신이 궁금해하던 정보를 외웠다. 


하지만, 시리는 가끔 아들의 질문에 조용히 있다가 대답 대신 문서를 띄운다. 


그러면 아들은 흰 건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인 상태로 "시리야, 나는 한글을 몰라"라고 답한다. 시리는 "괜찮아요"라고 답한다. 


그래. 괜찮다. 


이제는 어느 정도 한글을 읽고 쓰게 된 아들은 가끔 시리가 보여준 문서를 애써 소리 내서 읽곤 하고, 그걸 듣는 우리는 즐겁다. 


그리고 글을 알면서 읽고 싶지 않아도 읽게 되는 자극적인 표현들은 가능한 서서히 알았으면 좋겠다. 


#시리 #아이폰 #애플 #그림 #행성 #대화 #질문 #우주 #한글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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