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으로 지은집"
“아들아 집이 오래돼서 물이 센다. 근데 잘 살고 있다. 걱정하지 말아라.”
“부모님 댁에 집 하나 지어드려야겠어요.”
강릉댁이 시작된 배경
“아들이 건축가인데 집이 물이 세네”
건축가인 아들은 일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런 아들을 둔 노부부는 물이 세는 허름한 집에서 불행하게 살고 있다. 불행한 노부부는 돈이 없다. 아들도 돈이 없다. 딸도 돈이 없다. 노부부는 자식들 공부시키는데 탕진했고, 아들은 욜로다. 딸과 사위는 애국자다. 슬하 자식이 3명이다.
노부부는 화가 났다. 아들이 건축가인데 허름하고 물이 세는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게. 그리고 어느 날 참았던 서러움이 폭발했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아 집이 오래돼서 물이 센다. 근데 잘 살고 있다. 걱정하지 말아라.”
“건축 예산 1억”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처럼 저렴하고 이쁜 집은 없다. 그렇다 이쁜 집을 짓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건축예산이 필요하다. 문제다. 건축예산이 1억이라니. 지어주고 욕먹을 판이다. 어쩔 수없다. 몸으로 때워야 한다.
아버지는 공수부대 장교 출신이다. 안되면 되게 하는 게 공수부대다. 30년 경력의 공수부대원인 아버지는 목수, 배관공, 전기공을 할 수 있다. 어머니는 그림을 잘 그린다. 어머니는 페인트공을 할 수 있다. 딸과 사위는 자식이 3명이다. 문제다.
강릉댁 설계 방향
“나 도시 여자야”
노부부는 은퇴 후 40년 넘는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강릉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어머니는 5년의 시골생활보다 40년 동안의 도시생활이 아직 익숙하다. 어머니의 설계 요구조건은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이다.
강릉댁의 땅은 북쪽에 4미터가량의 경사지가 있고, 남쪽에는 꽤 괜찮은 조망을 가진 개활지이다. 건물은 북쪽의 경사지와 남쪽의 개활지 중간에 배치시킨다. 그로 인해 경사지와 건물 사이에 프라이버시가 확보된 후정을 가질 수 있고, 남쪽 건물면에는 오픈된 마당을 가질 수 있다.
건물 형태의 큰 틀은 ㅁ자이다. ㅁ자집의 중정을 통해 집안에 빛과 조망을 가지면서 외부와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남쪽의 일부분은 오픈시켜 집과 개활지를 연결시킨다.
“8남매, 6남매인 노부부”
아버지는 8남매 장남이다. 어머니는 6남매 넷째다. 노부부는 강릉에 터를 잡은 후 지인들 및 가족들이 자주 방문하고 있다. 기존의 집은 30평이어서 많은 사람이 모이면 매우 불편했다. 그로 인해 새로운 강릉집은 50평 이상 돼야 한다. 그러나 건축예산이 1억이다. 문제다. 어쩔 수 없다. 다락을 통해 부족한 면적을 채워한다. 그로 인해 형태는 단순하게 하여 다락을 20평 이상을 확보한다.
“생선과 야채를 말릴 수 있는 공간 필요”
노부부는 바닷바람에 생선을 말려 먹는 걸 좋아한다. 고양이도 말린 생선을 좋아한다. 노부부와 고양이는 공존할 수 없다.
남쪽 개활지의 오픈된 전면 공간은 마을과 집을 소통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바닷바람을 모이게 한다. 오픈된 전면 공간의 지붕은 생선 말리는 망을 걸 수 있는 그리드 구조이다. 이런 높은 그리드 지붕구조는 생선을 고양이들에게 지킬 수 있게 하고 바닷바람을 앞뒤뿐만 아니라 위아래로도 통풍할 수 있게 한다.
강릉댁 시공 과정
“온 가족이 시공업자”
시공에 앞서 노부부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영역과 할 수 없는 영역을 구분한다. 구분하는 과정에서 건축시공에 대해 공부를 한다. 그리고 내린 깨달음. 시공은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간단한 원리이고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 전부 해보자! 그로 인해 골조, 전기, 설비, 내외부 마감 큰 틀은 노부부와 아들이 하고 가족 구성원들은 시간이 날 때 와서 도와주는 걸로 한다. 7살 배기 어린 손주도 방학 때 와서 도와주었다.
10개월의 시공과정이 끝내고 마침내 행복한 강릉집이 완성된다. 아버지는 5킬로 어머니는 4킬로 아들은 6킬로의 몸무게가 빠졌다. 그리고 노부부와 아들은 피부를 잃었다.
결론
집을 짓고 4년이 지난 2021년에도 가족들이 모이면 2017년 집 짓는 추억담을 얘기한다. 건물과 공간의 아름다움과 별게로 가족들에게 강릉댁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완성한 건 이용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