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잠을 자지 못하는 걸까? 잠이 오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생각 꼬리의 시작점은 역시 "다리가 저리다"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침에 입고 나간 바지가 꽉 끼어 불편할 정도로 종아리가 부어 있었다. 오늘 밤은 기어이 종아리가 저려(-이런 느낌이 저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다리가 저린 것도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려나? 왜 생리는 또 하고 있는 거지? 이 생리가 안 멈추면 어떻게 하지? 멈추겠지? 생리는 맞는 거겠지? 호르몬 주사, 약 때문에 이렇게 생리 주기가 꼬이는 게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병원에서는 왜 문제없다고 하는 걸까? 진짜 문제가 없으니 없다고 하는 거겠지? 다른 병원으로 옮겨볼까? 그래도 가까운 게 좋을 것 같은데... 병원을 옮기면 뭐가 좀 달라지려나?'
생각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휴직을 하기로 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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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잘 될 줄 알았던 시험관 시술.
시험관 시술의 통상적인 성공률이 15%라는데.. 나는 무슨 깡과 믿음으로 한 번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던 걸까? 결국, 나는 세 번의 시험관 시술 실패를 경험했고 휴직을 확정했다.
'휴직을 하는 게 맞나? 휴직하면 아이가 생기나? 휴직했는데 또 실패하면 어떡하지? 그냥 회사 다니면서 해볼까? 아니야, 아니야. 휴직하는 게 맞아. 휴직하고 시험관 시술해서 아이가 생기면, 육아휴직까지 2년을 쉬게 되는 건가? 그럼 회사에 복귀가 가능할까?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쯤에서 전업주부가 되는 건가? 일을 하지 않는 삶은 어떤 거지? 돈을 벌지 않는 삶은? 남편 혼자 외벌이 하면 안 부담스러우려나? 괜찮으려나? 2년 쉬고 다시 일로의 복귀는 어렵겠지? 버텨볼까? 아니야. 쉽지 않아. 휴직하는 게 맞아. 아-, 맞나? 맞겠지? 맞아야 하는데....'
첫 시험관 시술 실패 후, 휴직을 생각했다. 그때에도 생각이란 아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휘젓고 돌아다녀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건강하다'라는 이유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첫 시술 실패 후, 두 번째 시술을 바로 이어 진행했다. 첫 시술과는 다르게 12시간을 맞춰 주사도 맞고 질정제도 넣어야 했다. 난자 채취, 냉동 배아 이식 1차, 호르몬 주사와 함께한 약 2달간의 여정에서 힘들거나 버겁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두 번째 시술을 위한 과정은 좀 버거웠다. 아침, 저녁으로 주사를 맞다 보니 배에 파란색 연지곤지를 찍은 것 마냥 멍 들어갔고 호르몬 변화 탓인지 여린 살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12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도 나를 압박해 왔다. 여러모로 회사에 변화가 많은 시기였고, 일이 많았고, 야근을 해야 했다. 어느 날 밤 야근을 하다가 '회사 화장실에서 주사 맞아야 하나?' 생각을 했다. 잠시 후 그 생각이 너무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휴직을 결정했고, 세 번째 실패 후 휴직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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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글을 쓰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다 보니 잠이 오지 않는 것 같아 글로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생각이다.
13년을 쉬지 않고 일했고 상상도 못 했던 '난임'으로 인한 '휴직'이다 보니,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 조금씩 생각들을 정리해야겠다. 휴직을 준비하는 과정도, 시술을 진행하는 나의 감정도, 휴직기간을 잘 지내는 방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