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이 호주에 놀러 왔다
호주에 사는 동안 가족들, 친구들이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불을 다 꺼두고 잘 때면 내가 어디 있는지, 한국이랑 얼마나 먼지 등등 갖가지 생각으로 무섭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더욱 보고 싶었던 내 사람들.
또는 아주 아주 멋있는 곳에 가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이리로 옮겨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오는 건 상상만 했었는데, 군대 제대한 남동생 + 백수 여동생이 놀러 오기로 했다.
남동생은 2주, 여동생은 3주 동안 호주에서 머물기로 되었다.
내가 여행 갈 때도 여행 계획 귀찮아서 안 짜는 사람인데 동생들의 호주 여행은 누구보다 알차고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장소들은 모조리 다 보여주고 싶어서
무리하게 여행 계획을 썼다 지웠다 하며 동생들이 올 날만 기다렸다.
전 날에는 소풍 가기 전 들뜬 어린아이처럼 잠도 안 오고 내일이 언제 오나 기다리며 잠들었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떠서 준비하고 공항으로 달려 나갔다.
약 1년 반? 남동생은 그 보다 더 길게 못 봤던 터라 동생들을 호주에서 본다는 게 정말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울면 어쩌지 걱정도 했지만 가족이라 그런지
"야"
"어 왔나"
"안녕"
우리 삼 남매는 무뚝뚝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10시간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동생들에게 쉴 시간도 주지 않고 간단하게 씨티에서 유심만 사고 끼니를 해결하고
골드 코스트로 향했다.
골드 코스트를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호주 브리즈번하면 떠오르는 게 골드 코스트라 데리고 갔는데
"여기 해운대 아니가 ㅋㅋㅋ" 라며.. 나도 참 해운대 같다고 느꼈는데 동생들도 해운대 같다고 했다. ㅋㅋ
그래도 다른 게 있다면 금발 머리 호주 사람들!
동생이 멋있다고 하자마자 내 동생이랑 사진 한 컷 찍어 달라며 부탁해서 찍은 사진.
나는 이미 다녀왔지만 골드 코스트가 얼마나 긴지 보여주고 싶어서 간 큐원 타워!
무뚝뚝한 남동생이 카메라를 들었다는 건 정말 멋지다는 거다.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게 되었고 정말 살면서 제일 뿌듯하고 행복했던 날이었다.
다음 날은 간단하게 집 주변과 씨티를 산책했다.
조금만 나가도 있는 초록 초록한 잔디와 야자수들을 보면 ' 아 정말 호주에 와있구나!'를 느낀다던 동생들.
동생들이 온 이후로 내 사진첩에는 동생들 사진만 한가득이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려면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100% 공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갈 때마다 한 컷씩!
여동생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도 내 여동생이다.
남동생이랑은 서먹 서먹하지만 여동생이랑은 시시콜콜한 얘기도 비밀 얘기도 모 조리한다.
친구한테도 가족한테도 하지 못하는 내 속 얘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모든 얘기를 듣고도 어떠한 선입견 없이 날 대해줄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동생들 사진 찍어주려고 사둔 각종 소품들
몬트빌로 향하던 중 소떼와 광활한 자연을 보고 잠시 선 곳.
내가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호주의 장면이었다.
넓고 넓은 언덕에서 자유롭게 방목되어있는 소떼들. 이건 정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구경 중인 동생들을 찍는 나.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션샤인 코스트 가는 길에 있는 몬트빌!
나도 처음 간 날은 너무 멋있어서 여기저기 영상 통화로 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꼭 가족들을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장소인데, 정말로 동생들이 와있다는 게 실감도 안 나고 너무 좋았다.
거기다가 둘 다 너무 좋아하니 세상 뿌듯 -
살면서 처음으로 큰언니, 큰누나다웠던 날들이다.
동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두배 세배로 더 행복했다.
어릴 때 이후로 이렇게 여행한 게 얼마만인지.
힘들었던 날들도 함께하고 좋았던 날들도 함께한 내 가족들!
얼른 코로나가 끝나고 또 동생들과 여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