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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Apr 04. 2024

짧지만 함께 해서 특별한 축제의 날

23.10.05(목)

아내의 생일이었다. 어제 미역국이 너무 맛있게 끓여져서 뿌듯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아이들에게는 매일 하는 것처럼 당부의 말을 남기고 나왔다. 평소와 다르게 ‘오늘은 엄마 생일이니까 특별히’라는 수식을 붙였다. 아내는 자고 있어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하고 나왔다. 나중에 통화를 했는데 다행히 두통이 다시 심해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여전히 기분 나쁜 느낌은 있었지만, 어제처럼 고통스러운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미역국도 아주 맛있다고 했다. 아이들도 엄청 잘 먹었고.


미역국만 끓였고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을 하면서 나머지를 준비했다. 일단 식당을 정해야 했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한 곳으로 정하고 예약을 했다. 꽃다발도 예약했다. 케이크는 어제 예약해 놨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다. K의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집에 와 있었다. 생일인 아내를 축하도 하고, 입덧 환자인 아내를 위로도 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함께 점심을 먹었다고 했다.


입덧이 여전히 심하긴 해도 뭐든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이것보다 훨씬 더 심했고, 그때였으면 감히 나가는 건 엄두도 못 냈을 거다. 식당으로 가면서 꽃을 찾았다. 아무리 작은 꽃다발이라도 언제나 만족하는 아내는 역시나 기쁘게 받았다. 신혼시절에는 종종 가던 동네였고, 작년에 이사 온 뒤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동네에 식당이 있었다.


아주 작은 식당이었는데 예약제로 운영되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손님이 없는 건지 매우 한가로웠다. 아이들과 함께 먹기에 전혀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아서 좋았다. 처음 가는 곳은 주문하는 음식의 개수를 정하는 게 늘 고민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먹을지 모르긴 했지만 일단 넉넉하게 시켰다. 아이들은 잘 먹었다. 다소 생소한 음식도 있었을 텐데 꽤 많이 먹었다.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 밥 먹고 잠시 걸었는데, 정말 잠시만 걸었다. 날씨가 급격하게 쌀쌀해졌다. 나는 괜찮았지만 원래도 추위에 약한 데다가 임산부가 된 아내에게는 산책이 무리인 날씨였다. 아이들도 춥다고 했고. 아주 짧게 산책을 마무리하고 차에 탔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려고 했는데 이미 문을 닫았다고 했다. 아쉬운 대로 다른 카페를 검색해서 갔는데, 역시나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아내에게 ‘잠시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그 사이에 거실을 꾸몄다. 계속 재활용하는 ‘HAPPY BIRTHDAY’ 가렌드와 아이들이 직접 쓰고 색칠한 ‘엄마 생일축하해요’를 벽에 붙였다. 케이크와 선물도 미리 준비를 해 놓고 아내를 불러냈다. 주인공인 아내보다 아이들이 더 신났다. 엄마에게 깜짝 축하를 해 준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좋았나 보다. 선물을 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중한 순간이었다. 우리의 일상의 행복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언제든 꺼내봐도 그렇게 만들어 줄 만한.


짧은 축제는 끝났고, 금세 다시 일상이었다. 아이들은 자기 자리에 누웠고 아내도 다시 입덧환자가 되었다.


“여보. 생일 축하해”

“고마워. 여보도 힘내”


올해도 여러모로 특별한 생일이었지만, 내년에는 더 특별할 예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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