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밀어낼 정도로 큰 롬이

20.01.07(월)

by 어깨아빠

요즘 아내에게는 새로운 임신 증상이 등장했다. 롬이를 품고 있었던 동안에는 물론이고 소윤이, 시윤이 때도 없었던. 위경련. 찾아보니 흔한 일이기는 했다. 롬이가 크면서 점점 위를 압박하고 줄어든 위는 기능도 약해지고. 그런 이유였다. 흔하다고 해서 고통이 덜 느껴지는 게 아니니까 문제지. 아내는 딱 한 번 엄청나게 통증을 느끼고 나서는 다행히 조금씩 나아졌다. 다만 그 뒤로는 지나친 과식이나 자극적인 음식, 늦은 시간의 섭취를 매우 자제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괜찮았으니까"를 외치며 무분별하게 먹긴 했다. (내 공도 크고.)


"아. 그만 좀 먹고, 건강한 것 좀 먹으라고요!!!!"


라고 롬이가 화낸 건가.


이제 롬이는 나나 소윤이, 시윤이가 볼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손을 대고 있으면 느껴지는 건 물론이고 눈으로도 불룩불룩하는 게 보인다.


"오, 엄마. 엄마. 방금 올라왔어여"


롬이를 나을 때 가장 아쉬운 게 소윤이, 시윤이가 함께하지 못한다는 거다. 소윤이가 함께하는 출산을 하려면 가정 출산(자연 출산을 표방하는 병원이 있겠지만, 시윤이 때 자연 출산을 알아보다가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조용히 포기했다.)을 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은 1도 없기 때문에.


소윤이는 여전히 롬이 보고 싶다는 말도 많이 하고 언제 보러 가냐고도 많이 물어본다. 요즘 소윤이의 모습만 보면 과연 롬이랑 싸울까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 '다섯 살 차이나 나는데 싸우나'하고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싸울지도 모르겠다고. 만약 지금 소윤이에게 5살 위의 언니가 있다면, 충분히 그럴지도 모르겠다. 따박따박 대들고 따지는 모습이 상상된다. 너무 아름다운 미래만 상상하면 안 되겠구나. 소윤이도 롬이랑 얼마든지 다투겠구나.


아무튼 지금은 아니다. 사랑이 아주 깊다. 소윤이는 어떤 언니가 될지 좀 그려지는데 시윤이는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일단 걔가 오빠인 것부터 상상이 안 된다. 시윤이가 오빠라니.


롬이는 아주 잘 크고 있다. 만나러 올 때마다 감사하고 미안하게. 자기 주수에 맞게 딱딱딱딱, 어디 하나 모자라거나 넘침 없이 아주 안정적으로. 방향도 머리를 아래쪽으로 두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이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 가며 자세히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셨는데 팍팍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세 번째인데도 초음파는 늘 난해하다. 어쨌든 롬이는 키, 몸무게, 방향.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정상이다.


요즘은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설명해 준다.


"소윤아, 시윤아. 롬이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크는 게 진짜 감사한 일이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그래. 엄마 뱃속에 있다가 하늘나라로 가거나 엄마 뱃속에서부터 아픈 친구들도 많이 있거든. 이렇게 건강하게 잘 커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롬이가 밖에 나올 때까지 건강하게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되여?"

"당연하지. 밖에 나오면서 죽는 아가들도 많아"

"그래여?"

"그럼. 그럼 진짜 슬프겠지. 그러니까 소윤이랑 시윤이가 롬이랑 엄마 건강하게 잘 출산하게 해달라고 기도 많이 해"

"아빠. 저는 매일매일 하고 있어여"


얼마 전에는 소윤이가 나의 식사 기도가 끝나자 이렇게 얘기했다.


"아빠. 그런데 저는 아빠가 기도할 때 롬이 기도를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여"

"아, 그래? 아, 지금은 밥 먹기 전에 하는 기도니까"

"그래도여. 저는 밥 먹기 전에라도 꼭 롬이 기도를 한단 말이에여"

"아, 알았어. 아빠도 그럴 게"


니네 둘 키우느라 바쁘다는 것도 다 핑계겠지. 롬이야 미안하다. 너한테만 그러는 건 아니야. 니네 언니, 오빠 때도 막 배에 대고 태담을 태연하게 속삭이거나 노래를 불러주거나 그러지는 못했어. 아빠가 그 정도로 막 천연덕스럽지는 못하거든. 물론 이번이 좀 심하긴 하지만 말이야.


아빠가 늘 얘기하잖아. 넌 나오면 막내딸이라고. 그거면 다 된 거 아니겠니.


1살 된 거 축하한다. 이제 100일도 안 남았다는데 정말 금방이구나. 아프지 말고 어디 가지 말고 다음 달에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정밀하게 본 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