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의 생명, 허리

20.07.13(월)

by 어깨아빠

막연하게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던 허리는 더 악화되었다. 제대로 허리를 펴기가 힘들 정도로.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윽 소리가 절로 났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어쨌든 걷는 게 가능했다는 거.


허리의 통증 때문에 내가 매트리스에서 자고 아내가 바닥에서 잤다. 서윤이 태어나고 나서는 그런 적이 없으니까 이것도 100일 만이겠네. 덕분에 잠을 설쳤다. 모두. 수유하려고 깬 아내를 따라 소윤이와 시윤이도 깼다. 얌전히 다시 자면 될 것을 물 달라, 쉬 마렵다 요구하지를 않나 여기 내 자리다 비켜라, 저리로 가라 자리싸움을 하지를 않나. 나도 잠이 확 달아난 상태였지만 자는 척했다. 이미 아내가 깊은 분노를 억누르며 아이들을 다스리는 중이었다.


허리도 아픈데 잠까지 설치니 몽롱했다. 오늘따라 서윤이는 나의 알람이 울릴 즘 한 번 더 깼다. 아내와 서윤이도 거실로 나왔다. 나도 출근 준비를 마친 뒤 다시 소파에 누웠다. 졸려서라기보다 뭔가 힘겨웠다. 아내와 서윤이는 거실 바닥에, 난 소파에.


그렇게 누워 있다가 평소보다 30분 늦게 집에서 나갔는데 1시간 30분 늦게 도착했다. 허리는 허리대로 아프고. 앉아 있을 때는 괜찮은데 일어서면 통증이 밀려왔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아내는 아침부터 걱정이 가득 담긴 카톡을 내내 보냈다. 아픈데 일해야 하는 남편을 향한 연민이자 긍휼이었다. 본인이 매번 그런 일상의 당사자였으면서. 그러고 보니 유선염이 가고 허리 통증이 왔네.


퇴근하고 집 근처 한의원에 가 볼까 하다가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는 분이 계시는 한의원에 갔다.


[자세가 구부정해서 척추 기립근이 약해져 있었는데 갑자기 힘이 들어가면서 근육이 놀라서 그런 거고 이건 별다른 방법이 없고 자세 곧게 하고 기립근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일단 큰 병이 아니니 다행이었다. 침 맞고, 부항 뜨고 그랬더니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점점 다시 심해졌다. 종종 허리가 뭉치거나 통증이 오곤 하지만 이번처럼 심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아내는 어제 콩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여보. 오늘 콩국수 먹을 거야?"

"여보 허리도 아픈데 무슨"

"왜. 허리 아파도 밥은 어차피 먹는데"


물론 허리는 여전히 아팠다. 곧게 서서 걷는 게 어려웠다. 아내와 지하 주차장에서 만났다. 달려오는 소윤이와 시윤이도 안아주지 못하고, 서윤이도 안아주지 못하고, 유모차도 싣지 못했다. 운전이라도 하는 게 다행이었다.


아내는 의외로 기분도 좋고 힘이 넘쳤다.


"여보는 괜찮아?"

"응. 나는 괜찮아. 본능적으로 힘이 나는 거 같아"

"왜?"

"나까지 아프면 안 되니까?"


콩국수는 맛있게 잘 먹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따로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알아서 잘 먹었고, 서윤이도 울랑말랑 시동을 걸긴 했지만 어쨌든 끝까지 유모차에 누워 있었다. 나도 앉아 있을 때는 멀쩡했으니 먹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집에 와서는 아내가 모든 걸 다 했다. 애들 씻기고 재울 준비부터 서윤이 챙기는 것까지 싹 다. 나는 가만히 누워 있었다. 밤이 돼서 그런가 통증이 좀 더 심해진 것도 같았고. 일일 환자 체험이었다. 허리 근육이 잠깐 놀란 것 가지고 너무 유난 떠는 게 아닌가 몰라도, 아내가 저렇게 한 달만 살면 없던 병도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의무적으로 건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들을 재우고 나오니 통증은 더 심해졌다. 특히 앉아 있을 때 더 그랬다. 통증이 다 사라지고 나면 수시로 허리 운동도 하고, 체력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짐하면서도 이번 다짐은 얼마나 빨리 잊힐까 하는 회의도 동시에 들었다. 시험이 끝나는 날, 다음 시험은 평소에 미리미리 준비해야지라는 다짐을 얼마나 숱하게 했던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 밤에는 좀 일찍 자야지라는 다짐을 얼마나 숱하게 했던가. 그래도 진짜 해야 한다. 가정을 온전히 건사하려면. 사랑하는 아내를 비련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너무 답답하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우리 애들도 안아주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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