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04(목)
오늘도 온라인 모임이 있었다. 오늘은 아내만.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니 더 바쁘다. 거의 매일 모임인 느낌이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오늘 모임 있어여?”
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아내는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중이었고, 거의 막바지였다. 서윤이가 자꾸 아내 다리에 매달리는 통에 아내는 나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서윤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아내는 상황을 봐서 서윤이를 데리고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재워 봐야겠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어제와 다르게, 아빠랑 남은 일과(그래 봐야 씻고 자는 거)를 수행해야 한다는 걸 아쉬워했다. 아빠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엄마는 엄마다. 대강 들어 보니 이게 꼭 우리 집만 그런 건 아니다. 열 달이나 뱃속에 품고 기른 사랑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아마 서윤이도 그럴 거다. 내가 이렇게 물고 빨고 죽고 못 살아도 어차피 엄마는 엄마다.
아내는 서윤이와 함께 먼저 방에 들어갔고 난 소윤이, 시윤이와 자기 위한 준비를 했다. 밥 먹고, 씻고, 책도 읽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몇 차례 반복해서 주의를 줬다. 서윤이가 자고 있을지도 모르니 절대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들어가면 바로 누워서 눈을 감고 자야 한다고. 평소에 누워서 나누는 인사는 밖에서 미리 다 끝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는데 서윤이가 파닥거리며 몸을 뒤집었다. 애초에 깊게 잠든 건 아닌 듯했다. 아내가 일단 나가보긴 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서윤이는 바로 매서운 울음을 발사했다. 쉽게 끝날 울음이 아닌 듯해서 결국 아내가 안고 거실로 나갔다. 모임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아내는 업고서라도 하겠다고 했다. 아내와 서윤이가 나가고 얼마 안 돼서 소윤이와 시윤이도 모두 잠들었다.
다시 거실로 나왔는데 서윤이는 아내의 등에 업혀 있었다. 나를 보자 환하게 웃었다. 하얀 앞니 두 개를 드러내면서.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슬쩍 나에게 와 보라고 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바로 안아서 데리고 왔다. 괜찮았다. 바닥에 내려놨다. 괜찮았다. 서윤이는 그 뒤로 쭈욱 괜찮았다. 오늘도 나랑 잘 놀아주는 느낌이었다. 아내는 모임에 집중했고 나랑 서윤이는 부지런히 부녀의 정을 쌓았다.
“여보. 나 나가도 되나?”
“어. 괜찮아”
“서윤이 때문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괜찮아. 업고 하면 되지”
서윤이랑 노는 게 너무 재밌기는 했지만, 밖에 나가서 자전거가 타고 싶었다. 서윤이가 혹시나 아내를 방해(울거나, 징징거리거나)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 나도 서윤이랑 노는 게 즐거워서 고민을 좀 했다. 그래도 밤공기가 너무 그리워서 나가기로 했다. 나가기 전에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서윤이는 아내 등에 업혀 있었고 또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에이, 서윤아. 이리 와. 오늘은 그냥 아빠랑 놀자”
“여보. 안 나가?”
“어. 그냥 서윤이랑 놀지 뭐”
서윤이는 변함없이 나랑 잘 놀아줬다. 밤공기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다. 아내가 모임 하다 말고 와서 사진을 찍고, 자꾸 곁눈질로 우리 노는 걸 훔쳐볼 정도로, 정분을 나눴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내 휴대폰에도 서윤이 사진이 잔뜩 쌓였다.
서윤이는 나랑 10시가 넘도록 놀았다. 그렇게 놀았는데 계속 더 놀고 싶은 나의 이 마음은 뭐지. 그렇게 아쉬우면 평소에도 재우지 않고 같이 놀면 되지만 그건 또 싫은 이 마음은 뭐지. 아무튼 서윤이랑 원 없이 놀아서 너무 좋았다. 자전거 안 타길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