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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김세원 Sep 15. 2021

시실리 탈환전, 중세 십자군을 열다 (1)

<화산지연리>, 만에 하나 숨은 세계사 이야기



집에 있을 때는 가끔씩 아내와 함께 성을 나와 바레모(巴勒莫)의 해안을 거닐었다. 유쾌한 추억이었다. 연인의 손길만큼이나 보드라운 해변의 모래는 햇빛을 받아 하얗게 부서졌다. 그 위로 벽옥, 마노 등등 층층이 다른 보석의 색채를 실은 지중해가 느리게 흘렀다. 


난생 처음 보는 진기한 광경이었고, 눈도 즐거웠다. 두 사람이 나눈 추억 가운데 십 년은 저 지중해와 닿아 있다고 봐도 좋았다. 그래서 바다를 보면 무영은 아내 생각을 늘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지키고 싶었다.

아무도 그 뜻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더라도.


때는 가을, 구원군은 폭풍을 만나 섬 부근의 해협에서 전멸했다.



- <화산지연리> 第 1 章. 떠날 수 없었던 이유 중에서...





낯선 단어가 보이실 겁니다.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바로 음차(*어떤 언어의 소리를 그 언어에서 사용하지 않는 다른 문자로 표기하는 일.) 표현이죠.


소설 <화산지연리>는 전근대 중국사,

그중에서도 중당~만당기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 내용은 시기를 따지면 서로 맞물리지 않는 역사적 사건이긴 합니다.)


따라서 글의 결이나 통일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부득불 서구식 표현을 한자 표현을 빌려 표기하는 방식을 취해야 했습니다.


*이 부분 관련 규정은 중국의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참고했습니다.



'바레모'라는 단어가 특히 낯설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음차를 한 단어이기 때문에, 사실 뜻 자체는 없는 아무말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이를 현대의 용어로 다시 바꿔 쓰자면, '팔레르모'라는 도시의 이름이 나옵니다.


팔레르모... 이곳에는 한때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전역을 지배했던,

이슬람 토후국의 수도로 있었던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이슬람 토후국이라 해서, 이 시칠리아 섬의 옛 주인들의 피부색이

마냥 붉거나 거뭇하지는 않습니다. 200년 가까이 시칠리아 토착민들과 융화했던

이 이슬람 토후국 세력은, 의외로 하얀 우윳빛 피부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바로 그 가운데, 주인공이 거의 유일한(?) 황인종이었던 셈이죠.

소설의 내용을 따라가자면 그렇습니다.




왜 전근대시대에 황인종이 제 고향 땅을 떠나

이 머나먼 지중해 안쪽까지 흘러들어온 것일까.


그리고 주인공은 이 먼 곳에서

무슨 사건과 조우하게 된 것일까?



오늘은 가볍게 남기는 글이니만큼,

이 궁금증에 대한 내용은 다음 페이지에서 후술하겠습니다.





'만에 하나 숨은 세계사 이야기'에서는 재미로 가볍게 읽어봐도 좋을,

소설의 배경과 주변 묘사를 도운 진짜 세계사 속 사건과 이야기를 전달하려 합니다.


소설의 내용이 조금 부연으로 들어가기는 하나,

꼭 소설을 읽지 않으셔도 내용을 보시는 데는 무리가 없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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