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에 숨은 약초
텃밭 일을 하면 첫째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서 좋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단조로운 작업인데,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온갖 파도가 잔잔해지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이 텃밭이 주는 두 번째 선물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즐거움은 여러 가지를 심고, 자라는 모습을 보고, 때가 되어 거두는 일입니다. 텃밭은 제게 선생님이자 의사이고 정말 좋은 친구인 셈입니다.
토마토와 오이, 고추모종 등을 사면서 올해는 뭘 시험 삼아 심어 볼까 하고 가게에 있는 모종들을 살펴봅니다. 지난해에는 참외를 심었다가 실패해서 2~3개 정도 따먹었습니다. 다시 참외에 도전해볼까 하다가, 마침 참외 모종이 떨어졌길래 수박모종 2개를 샀습니다.
밑거름을 충분히 주고 모종을 심었습니다. 곁순을 따주어야 수박이 크게 열린다고 해서 틈틈이 곁순도 따줍니다. 그러나 한 녀석은 처음부터 부실하더니 이내 죽었고, 나머지 한 녀석은 부지런히 크고 꽃도 피우더니 열매를 맺었습니다.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기로 시원한 수박만한 것은 없습니다. 지금은 하우스에서 길러 언제라도 수박을 맛볼 수 있지만, 어렸을 때 앞집 우물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 먹은 맛은 잊을 수 없습니다.
수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박(서과, 西瓜)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담담하고 독이 없다. 번갈과 더위로 인한 독을 없애고 속을 시원하게 하며 기를 내리고 오줌이 잘 나가게 한다. 열이 심한 이질과 입 안이 헌것을 치료한다.
거란이 회흘을 정복하고 이 씨앗을 얻어다가 쇠똥거름을 주고 심었는데 크기가 박만하고 둥그스름한 열매가 열렸다. 그 빛깔은 파란 옥 같았고 씨는 금빛이 나는 것과 혹은 붉거나 검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혹 검정 참깨 빛과 같은 것도 있었다. 이것은 북쪽 지방에 많았는데, 요즘은 퍼져서 남북의 곳곳에서 다 심는다. 음력 6~7월에 익는다.
수박은 천연백호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백호탕은 열이 심할 때 열을 끄는 처방인데, 그만큼 수박이 여름의 더위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에 효과가 좋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성질이 차가우므로 평소 속이 차거나, 몸에 습이 많은 사람이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먹을거리는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고, 제철에 나는 것을 먹어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여름은 수박의 계절입니다.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우리 몸에는 해가 될지도 모르는 과일 주스나 탄산음료보다는 수박 한 덩이가 건강한 여름을 나는데 훨씬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