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에 숨은 약초
지금도 그렇지만 학생시절에는 세상의 진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지금도 배우고 있는 선생님을 만난 것도 그때였고, 주로 책을 통해 앞서간 사람들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때 만났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루돌프 슈타이너였습니다. 그는 인지학의 창시자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발도로프 학교를 만든 사람입니다. 인지학이란 말은, 인간과 지혜를 의미하는 그리스 말을 합친 것인데, 동양의 스승들이 말해왔던 것들과 같은 진리를 말하는 그의 책을 가슴 두근거리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인지학이란 말이 의미하듯이 슈타이너는 인간과 우주에 대한 모든 분야의 이치에 밝았는데, 1924년 6월 7일부터 16일 사이에 독일 코베르비츠의 카이저링크 백작 집에서 지역 농민들에게 농업 강좌를 열었습니다. 그의 농업은 비료와 농약을 쓰는 화학농과는 전혀 다른, 자연의 이치를 파악해 적용하는 것으로 동양의 전통농업방식이나 인디언의 그것과도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슈타이너의 농업 책을 읽고 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뒷밭에 시험해 보곤 했습니다. 물론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제가 한밤중에 옥수수 씨앗을 심던 때처럼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곤 하셨지요.
아침에 뒷밭을 산책하다가 뒷논 두둑에 정말 무성하게 자란 쇠뜨기를 보고는, 예전 모시풀을 찾아 헤매고 민들레를 소 창자에 채워 밭에 묻던 기억들이 온통 되살아났습니다. 다시 돌아와 책을 찾아보니 쇠뜨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식물의 병은 달 기운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달 기운이 너무 강하게 작용할 때 기생충이나 곰팡이가 생기는 것이 아주 특이합니다.
(중략) 지나치게 강하게 작용하는 달 기운의 영향에서 땅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달 기운을 제거하여 땅을 풀어주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땅이 강한 달 기운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달 기운을 전하는 물의 힘을 빼앗고 땅으로 하여금 땅의 성질을 더욱 많이 갖도록 해야 합니다. 땅속에 있는 물을 통해 오는 강한 달의 작용을 땅이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다음 방법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쇠뜨기풀로 농도가 아주 진한 차를 달여 낸 다음 이 차를 다시 묽게 하여 논밭에 오줌거름처럼 뿌리면 됩니다. 이때도 동종요법에서 쓰는 대로 매우 적은 양이면 됩니다.
(중략) 이 세상은 경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 속해 있는 것들을 따로 떼어 내어 시험관 속에 가두어 버리면 무엇을 더 볼 수 있겠습니까? 오직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넓은 세상에서 점점 현미경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우리는 우주에 이르는 길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자연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사실에 대해서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자연과 사람을 되살리는 길-루돌프 슈타이너 농업강좌> 가운데 -
뒷논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둑 가에 쇠뜨기가 무리지어 피었습니다. 소가 잘 먹어서 쇠뜨기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뱀밥이나 즌솔이라고도 부릅니다.
민간에서 당뇨와 혈압에 썼던 쇠뜨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쇠뜨기(문형, 問荊)
맛은 쓰고 성질은 서늘하며 독이 없다. 열을 내리고 기침을 멎게 하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작용을 한다. 혈분의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어 우리 몸의 각종 출혈 증상에 쓸 수 있고, 숨이 차고 기침을 하는 증상과 소변이 잘 나가지 않거나 소변볼 때 통증이 있을 때 쓸 수 있으며, 골절에도 효과가 있다. 외용으로 쓸 때는 찧어서 바르거나 가루 내어 바른다. 일명 접속초(接續草), 접골초(接骨草)라고도 하며 5~7월에 전체 풀을 뜯어다 그늘에 말려 쓴다.
쇠뜨기는 성질이 차가워 우리 몸의 열을 내리는 작용, 특히 혈의 열을 내리기 때문에, 열 때문에 생기는 각종 출혈 증상과 기침, 그리고 소변이 잘 나가지 않을 때 쓸 수 있고, 외상으로 피가 날 때도 같은 원리로 쓸 수 있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예전 어느 때인가 쇠뜨기가 텔레비전에 소개되었는데, 몸에 좋다고 하니 너도 나도 뜯어다 다려 먹고는 설사가 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민들레가 소개되고 난 뒤 사람들이 민들레를 캐러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또 같은 일이 되풀이될까 걱정스럽습니다. 언론에 소개되는 것을 무조건 믿어서도 안 되지만,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언론의 책임이 더 크겠지요.
슈타이너의 제자가 왜 인지학을 공부하고 정신수양을 하는 사람들이 온갖 노력을 다해도 실제 정신경험에 이르기가 어려운지, 머리로 이해는 하면서도 실천에 옮기는 의지가 약한지 묻습니다. 굉장히 멋진 대답을 기대한 제자에게 슈타이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 문제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먹느냐에 달려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먹는 것은 정신을 물질에까지 나타나게 하는 힘을 전혀 줄 수 없다. 생각하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마음을 내기가 어렵다. 요즘 사람들이 먹는 곡식이나 채소에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운이 들어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먹는 것들은 50년 전에 비해 영양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양은 풍부해졌을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참 가난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한 내적 결핍이 우리가 사는 지구란 별을 더 병들게 하는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시대이지만, 자신이 먹는 음식을 건강하게 하는 것처럼 아주 현실적인 일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 병든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