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에 숨은 약초
일요일 아침, 모처럼 늦잠을 자 볼까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창으로 들어오는 한여름의 후덥지근한 기운, 뒷밭과 앞마당에서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소리, 학교운동장에서 참 부지런히도 나와 소리를 질러대는 조기축구회 사람들… 이래저래 여름은 뜨거운 계절입니다.
늦잠을 자기는 틀린 것 같아 좀 늦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뒷밭에 나갔습니다. 매미들이 여기저기서 울어대고 있어 어렵지 않게 매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사진을 찍고 나니, 이제까지 그렇게 울어대는 매미가 어떤 종류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백과사전을 보면서 한참을 찾아보고 나서야 여름날 우리 뒷밭에서 그렇게 울어대는 매미가 바로 쓰름매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쓰름매미
분류 : 매미목 매미과
크기 : 몸길이 약 31mm, 몸너비 약 11mm, 앞날개길이 약 40mm(수컷),
뒷날개길이 약 20mm
색 : 몸의 윗면-검은색 바탕에 녹색과 노란색의 선과 무늬, 아랫면-연한 올리브색
서식장소 : 평지로부터 약 300m의 야산
분포지역 : 한국·중국
두충나무에 붙은 매미를 자주 봅니다. 매미는 애벌레 때부터 어른벌레가 되어서도 수액을 빨아먹고 살기 때문에 이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매미가 마지막 어른벌레가 되기 전에 땅위로 올라와서 벗어놓은 허물을 선각이라고도 하고 선퇴라고도 하는데 한의학에서 이전부터 약재로 써왔습니다.
사람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을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고 합니다. 매미나 나비가 번데기에서 허물을 벗으며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지요. 매미는 못 보았지만, 언제인가 나비가 되어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매미허물의 효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매미허물(선각)
어린이의 간질과 말 못하는 증, 눈이 어둡고 막이 생겨서 보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 또한 마마 때 종기가 잘 돋지 않는데도 아주 좋다. 특히 어린이의 여러 가지 병을 주로 치료한다. 음력 5월에 수집한다.
매미허물은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열 때문에 생기는 여러 질환에 쓰입니다. 약재의 특성상 우리 신체의 겉 부분 즉, 피부나 목, 눈의 점막에 열 때문에 생기는 증상에 쓰입니다. 또한 진정시키는 작용이 있어 어린아이들의 경기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뒷밭에서 만나는 곤충들도 달라집니다. 으레 그런가보다 생각해왔지만 관심을 갖고 조금씩 알아갈 때마다 그동안 얼마나 모르는 게 많았는지, 얼마만큼 자연에서 멀어져왔는지 느낍니다.
여러 시끄러운 소리들 때문에 도시의 매미는 더 크게 울어야 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과 다른 생명체가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함께 사는 것인지 생각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