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에 숨은 약초
요즘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먹을거리 가운데 ‘컬러푸드’라고 하는 이른바, 색깔 있는 음식재료들이 있습니다. 각각의 색마다 갖고 있는 성분들이 우리 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동양에서도 이전부터 색을 고루 갖추어 음식을 먹어왔지요. 비빔밥도 그 대표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인데, 비빔밥에 얹는 고명을 가만히 살펴보면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흰색, 검은색의 오방색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음식들 가운데에도 검은색이 나는 씨앗, 예를 들면 검은콩이나 검은깨가 인기가 높습니다. 한의학에서 검은색은 북쪽을 상징하는 색으로, 오행 가운데 물의 기운이 여기에 속하고 우리 몸에서는 신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즉 검은색이 나는 음식, 특히 씨앗은 우리 몸의 신장 기운을 돕는다고 여겨왔는데, 신장은 우리 몸의 근원적인 생명에너지와 관계되는 장부이므로, 검은색을 띠는 먹을거리가 이러한 부분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좋다는 한 가지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모든 음식을 고루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물론 이것은 음식을 만드는 재료가 건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한 이야기지요.
꽃이 지고 나면 사진에 보이는 씨방 안에 참깨가 듭니다. 너무 웃자라면 쉽게 쓰러지기 때문에 적당할 때 윗부분을 잘라 주어야 합니다. 거두어들일 때는 이슬에 젖어 있는 이른 아침에 베어야 합니다. 그래야 벨 때 충격으로 참깨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그냥 참기름을 짜는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 참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검은참깨(호마)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몸의 기운을 돕고 살찌게 하며 골수와 뇌수를 충실하게 하고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오장을 보한다.
골수를 보하고 오래 살게 하며 얼굴빛이 젊어지게 한다. 환자가 허해져 기운조차 없어할 때는 검정참깨를 쓴다. 보약으로 쓸 때는 쪄서 햇볕에 말리기를 아홉 번 해서 살짝 볶아 찧어서 쓴다. 이것의 성질은 복령과 비슷한데 오랫동안 먹으면 다른 곡식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검정참깻잎(청양)
검정 참깨 잎을 말하는데 뇌수를 보하고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
성질이 미끄럽기 때문에 머리를 감아도 된다.
검정참깨기름(호마유)
성질이 차다. 역병으로 변비가 되고 장에 열이 있는 것을 다스린다. 대변을 잘 나가게 하고 태반이 나오지 않는 것을 나오게 하며, 피부에 나는 온갖 부스럼이나 고치기 힘든 부스럼에도 바른다. 생 검정참깨를 짜서 낸 기름을 말하는 것으로, 찌거나 볶아서 낸 것은 먹거나 등불기름으로 쓰고 약으로는 쓰지 못한다.
검정참깨는 장부의 기운을 돕고 특히 신장을 보하는 작용으로 골수를 보하고 노화를 막는다고 합니다. 약으로 먹을 때는 물에 일어서 가라앉은 것만을 쪄서 말린 뒤 약간 볶아서 가루를 내어 먹는데, 몸이 약한 사람이나 어르신들의 보양식품으로 좋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참기름은 볶아서 짠 것인데, 먹기 위해서 찬 성질을 버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말씀으로는 볶아서 기름을 내야 기름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 생각해볼 일입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식습관 가운데 하나가 안 좋은 기름을 많이 먹는 것인데, 참기름과 같이 그대로 볶아서 짜낸 기름은 몸에 좋다고 하니 나쁜 기름을 먹지 말고, 우리 재래의 방식으로 짜낸 기름을 먹는 게 좋겠지요.
이와는 달리 참기름의 차가운 성질을 약으로 쓰기도 하는데, 열에 의한 변비에도 좋고 피부에 생기는 염증에도 쓸 수 있습니다. 특히 민간에서는 예로부터 불에 데었을 때 참기름을 썼는데 이때에도 물론 생 참깨에서 짜낸 참기름이 유용합니다.
참깻잎도 성질이 매끄럽다고 하니 여성들 머리카락에 영양을 주고 매끄러운 머릿결을 유지해주기 위한 방법으로 참깻잎을 써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