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아빠 육아 팁
배달의 민족이라는 어플로 잘 알려진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2018년 초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나와 책 읽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했습니다. 당시 김봉진 대표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였습니다.
"반갑습니다. 인류 최초로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려고 책 읽는
과시적 독서가 김봉진입니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과시성이기 때문에 있어 보이고 싶어 책을 읽는다고 당당히 말하면서 왜 있어 보이려고 하냐는 물음에는'없으니까, 있어 보이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니 언론에서 본인을 독서광이라고 부르고 급기야 독서법에 관한 책을 내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저 역시 있어 보이려고 책을 읽는 사람인지라 '이 분 참 솔직하네'라는 생각으로 그의 강연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과시적 독서'를 '과시적 육아'로 적용한다면
직장인 아빠들이 육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돌이켜 보면 저 역시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면서 육아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혼 초기만 해도 저는 육아는 엄마가 대부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남편의 역할은 그저 아내를 조금 도와주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라면 당연히 아이를 위해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조선시대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육아를 경험하면서 멘붕에 빠지고, 육아에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육아에 참 적극적인 교과서 같은 아빠들을 만나게 되면서 아내가 육아에서 떨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막상 혼자서 육아를 해 보려고 하니 아내 없이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시도해보았는데 아내가 잠깐이라도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 표정이 밝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이후 첫째가 돌 무렵엔 이른 새벽에 출근하고 조금 일찍 퇴근할 수 있었던 덕분에 아내가 잠시나마 저녁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땀을 흠뻑 흘리고 샤워한 후 돌아오는 아내의 모습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왠지 괜찮은 남편, 시대에 흐름에 발맞추어 가는 아빠가 된 것 같았습니다.
밖에 나가 아이들과 돌아다니면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아빠가 혼자서 고생이네'라며 격려해 주시고, 설령 식당에서 아이가 소리를 질러도 정신없어 하는 제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기보다는 측은한 미소를 날려 주신 덕분에 조금씩 육아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육아 관련 책도 좀 읽고, 블로그에 일상 글을 가끔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웃님들이 좋은 남편, 좋은 아빠라며 칭찬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칭찬도 중독된다고 한 번 칭찬을 받으니 더 칭찬받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지더군요. 덕분에 유모차와 아기띠를 둘러메고 결혼식장에도 갈 수 있었고, 주말에 아빠인 친구들을 꼬셔 아이들만 어디든 갔다 오자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엄마 없이 1박 2일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일 가지고 무슨 유난을 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유난을 떨면서 육아에 대한 재미를 찾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엄마 사랑하는 아빠'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것 역시 직장인 아빠들이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그럴듯한 이유보다 내가 좋은 아빠이고 좋은 남편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증명받고 싶은 욕구가 더 크가 때문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이런 과정을 통해 조선시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던 제가 변했고, 우리 가족 역시 육아 문제에 있어 덜 다투게 되었으니 '과시적 독박 육아'야말로 어쩌면 진짜 육아로 가는 첫걸음일지 않을까요? 세바시 강연 중 김봉진 대표가 했던 말처럼 말이죠.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자기 모습이 아니지만 그것을 10년 가까이하면 자기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 -
마지막으로 김봉진 대표가 강연장에서 나누었던 독서법을 육아로 바꿔 보겠습니다.
1. 책에 대한 고정관념 버리기
➡︎ 아빠 육아에 대한 고정관념 바꾸기 "나보다 아내가 더 잘 할거야" "이 정도 도와주면 충분하지"
2. 책은 많이 사야 많이 본다.
➡︎ 아빠 육아도 많이 해봐야 많이 는다.
3. 책 읽는 시간보다 습관을 만들자.
➡︎ 아이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퇴근 후 5분 집중하는 습관을 만들자.
4. 두꺼운 책에 도전하자.
➡︎ 1박 2일, 2박 3일 육아에 도전하자.
직장인 아빠님들, 자랑하면서 육아해봅시다!
오늘도 육아로 고생하시는 어머님들, 설령 본인의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남편의 작은 노력이나 변화가 보이시거든 다른 남편이랑 비교하지 마시고 아이들 칭찬하듯이 예뻐해 주세요~! 칭찬은 남편을 춤추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