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아빠이고 싶지만 야근과 회식이 기다리고 있는 아빠들의 자존감 찾기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혼자 산다' '동상이몽'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전지적 참견 시점' '미운우리새끼'....요즘 TV를 틀기만 하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들입니다.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바로 관찰을 포멧으로 만들었다는 점인데요,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고, 어느 정도의 상황만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최근 몇 년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처음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만 해도 다분히 카메라를 의식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본인의 모습을 보고 깜짝 깜짝 놀라는 연예인이나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처음에는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의식하다가 내가 익숙한 곳(우리 집, 일터)에서의 촬영이다 보니 금세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잊고 행동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죠.)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 집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 놓았다면, 누군가가 나의 24시간을 따라다니면서 촬영한 후 편집해서 보여준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름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육아 메타인지
학습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가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메타인지는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내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인데요, EBS 제작팀이 진행한 <학업 성취도와 기억력의 상관관계> 테스트에 따르면 수능 상위 0.1퍼센트 학생들과 일반학생들 간에 메타인지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상위 0.1 퍼센트 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사교육을 통해 이를 보완한 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한 반면 일반 학생들은 학원에서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지만 실제 학습 효과는 많이 떨어졌습니다.
비단 공부에서 뿐 아니라 육아에 있어서도 메타 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올 때 내가 어떤식으로 행동하는지, 내가 무의식적으로 어떤 말을 내뱉고 있는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충분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점점 발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의 상호 작용 없이 특정 장소에서 일정 시간동안 함께 있었으면서 육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앞서 말한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학원에서 유명 강사들의 강의만 들은 채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 학생과 별반 다를게 없겠죠.
만약 우리집에 관찰카메라를 달아 놓았다면?
우리집에 관찰카메라를 24시간 달아놓았다고 생각하고, 제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크게 3가지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1. 두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내 모습
제 모습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가장 명확히 떠올랐던 모습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지나면서, 저는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버렸습니다.
담배 끊은 후 금단 현상을 느끼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외출을 하거나, 배터리가 다 되어 전원이 꺼졌을 때 굉장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집에서도 항상 몸에 지니고 있다가, 울리지도 않았는데 꺼내 보고, 도움도 안되는 인터넷 기삿거리들을 살펴보곤 하죠.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틈틈히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고, 만지작거리는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2. 아이와 놀아준다며 놀이방에서 놀다가 이내 지쳐 누워있는 내 모습
책을 통해 아빠 육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랑 같이 놀자'는 아이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같이 놀이방에 들어갑니다. 한 시간은 놀아 준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지난 시간은 고작 10분,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역할놀이 한답시고 공룡 인형을 들고 대사는 치는데, 몸은 이미 바닥에 달라붙어 있습니다.그러다가 또 스마트폰을 꺼내죠.
3. 아내에 대한 관심과 사랑표현 줄어듬
사랑하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아무래도 가정의 중심 축은 부부에서 자식들로 이동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경우 이들을 항상 내 시야에 두어야 하고, 새로 추가되는 각종 미션 (목욕 시키기, 기저귀 갈기, 옷 갈아 입히기, 책 읽기, 밥 먹이기, 재우기, 안기, 달래기...)들을 수행하다 보니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상태에 있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 표현도 마찬가지였고요.
2015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배우자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 통계"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도 못 미치는 가정이 2010년에 비해 무려 두 배 가까이 뛰었으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원인이 부부 두 사람의 문제보다는 고용시장 불안, 맞벌이 증가 등 외부 환경의 영향에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고 합니다.
지금 모습 그대로의 남편이자 아빠로 살 것인가?
한때 마음 공부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 과거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발견하고, 그 상처를 충분히 보듬어 주는 과정을 거친 후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의 아픔을 충분히 느껴보았다면 나 자신에게 묻습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러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싶은지..'
우리 집안에 관찰 카메라를 수십 대 설치해놓았다는 상상으로 내 모습을 살펴본 후 나 자신에게 다시 묻습니다.
앞으로도 지금 모습 그대로의 남편이자 아빠로 지내고 싶나요?
만약 아니라면,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어떤 모습의 남편이자 아빠로 살고 싶나요?
다음 편엔 어떤 남편이 되고 싶나요? 라는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