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아빠이고 싶지만 야근과 회식이 기다리고 있는 아빠들의 자존감 찾기
안녕하세요?
엄마 사랑하는 아빠가 되고자 노력하는 올라뻬드로 입니다.
저는 햇수로 결혼 7년 차이자 4살 아들과 2살 딸아이의 아빠입니다.
'인생은 50부터'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빨리 낳고 키워 중년 이후에 신나게 놀 생각을 가졌지만 생각만큼 아이가 빨리 생기지 않았습니다. 유대인 임신법을 비롯하여 여러 책을 읽고 비뇨기과 검사도 받아 보고 술을 줄이고 한약도 먹는 등의 노력 끝에 첫 아이를 3년 만에 갖게 되었습니다. '나도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고 산부인과에서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의 감동을 여전히 잊지 못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린애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내가 과연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육아관 또한 저는 약간 보수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가정을 책임져야 하니 일이 우선이고, 자녀 양육은 일차적인 책임은 아내에게 있다' 고 여겼고 육아에 있어 아내를 많이 도와주는 정도면 충분히 멋진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워킹 파파의 교과서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아내 친구들의 남편, 직장 선후배들을 접하고 육아 책과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육아는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13년 1월 MBC의 '아빠 어디 가'와 같은 해 11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아빠 육아 예능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의 육아에 대한 인식을 상당 부분 바꾸어 놓았는데요.
당시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두 프로그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빠 육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으며 우리 엄마들이 하루에 몇 시간이나마 자유부인이 되는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육아 프로그램은 인기는 여전하며, 아빠 육아 및 일과 가정의 밸런스(워라밸)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적 관심 또한 증가하여 이제는 당당히 육아 휴직을 하고 전업주부 아빠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책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여성 가족부에서 실시했던 남성의 가사 및 육아 참여 지원 정책에 대한 의견 설문조사를 살펴볼까요?
남성의 가사, 육아 분담 인식이 70세 이상을 제외하고 전 세대에 걸쳐 20% 이상 확대되었습니다.
20%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명 우리는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가족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공동 육아 개념도 중요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아빠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얼마 전 직장에서 회식이 연속적으로 있는데 언제 어떻게 말해야 와이프가 앵그리버드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허락을 받을 수 있는가? 에 관해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참석 대상 중에 아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장 높은 상사의 이름을 판다, 집안일을 열심히 끝낸 직후 이야기한다, 나중에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준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십 년 전만 해도 이런 주제로 남자들끼리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선배님들은 회식이 있으니 늦게 들어간다고 일방적으로 집에 통보만 하던 시절이고 일부 선배들은 회식이 끝나면 "얘들아, 우리 집 가자!" 하며 후배들을 이끌고 집으로 가서 또 한 잔 하기도 했으니까요.
(요즘 예고 없이 그랬다간 법원 갈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빠들은 사회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으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죠.
출근할 때만 해도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이랑 신나게 놀아주겠다 다짐했건만 퇴근 전 상사로부터 내일까지 알아봐 달라는 업무가 떨어지거나 내 업무 고과를 평가하는 팀장님께서 오늘 저녁에 한 잔 어떠냐고 할 때 많은 아빠들은 참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집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요즘 다가오는 전세 만기일에 집주인이 얼마를 높여 부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우리 자식만큼은 배우고 싶은 것 배우게 해 주겠다는 생각에 투잡을 뛰는 아빠들도 참 많고요, 직장에선 좋은 꼴 나쁜 꼴 다 보며 만성 스트레스에 쌓여있지만 집에 가서 말하자니 면도 안 서고 쪽팔리기도 하고 그냥 참고 지내는 아빠들이 많습니다.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가다 보니 분명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고운 말이 안 나오기도 하고 아내의 잔소리에 서운해하기도 하죠.)
당당히 육아 휴직을 선언하지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 멋진 남편이자 아빠로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내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봐야 하고, 아이들의 발달단계 등의 기본적인 육아 개념도 알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자존감을 유지하는데 있다고 생각
합니다.
내가 행복해야 주 양육자인 아내의 행복을 생각할 수 있고, 주 양육자의 행복은 곧 사랑하는 아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심리학 전문가도 아니고, 유아 교육 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고민들을 겪었고 또 여전히 하고 있는 남편이자 아빠로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면 좋을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다음 주 목요일에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