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일은 10월의 한파특보에서 비롯되었다'로 시작되는 문장은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에 대한 기대를 담기에 충분한 예고였다. 하지만 예측은 금물이다. 왜냐면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거예요"라고 그녀가 알려줬고, 책을 덮고 나서도 유행가 한 소절 마냥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중얼거리기 때문이다.
이불장 서랍에서 발견된 그 집 가장이 숨긴 '크리스찬 루부탱 하이힐'이 '골든코스트 여름별장 숲길'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유혹하는 단단한 문장과 시니컬한 유머는 내가 언젠가 혹시라도 행여 소설이라는 것을 쓰게 된다면 꼭 베끼고 싶다. 그리고 나의 소설의 첫 문장은 '이 모든 일은 6월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펼친 장진영의 <취미는 사생활>에서 비롯되었다'가 될 것 같다. 아...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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