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잠의 사생활

자고 싶은 욕망을 버려라

by 말로

우리는 잠의 세계로 빠져들기 위해 침대에 누워 시세포인 막대세포가 전달해주는 어둠의 형태를 가늠하다 스스륵 눈을 감는다. 그리고, 너무나 개운하게 마치 시간의 영속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창가가 그려주는 아침햇살 자국이 얼굴에 얹혀질 때 가뿐하게 일어난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6인치 남짓 되는 폰 화면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내일 회사에서 닥달할 팀장을 생각하며 자야 한다는 강박감과 줄어드는 수면 시간에 자신을 자책하며 잠에 든다. 그 잠이 온전히 아침까지 이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새벽녘에 신장계의 긴급 호출로 비몽사몽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세시간 정도 더 잘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다시 눈을 붙여보지만, 그때부터 시간 단위로 시계를 확인한다. 마치 시간정지 능력을 실험하는 것 처럼...

결국 일어나는 순간 온 몸이 느끼는 피로감과 더불어 스스로가 내 삶을 컨트롤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분노의 감정이 더불어 주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이라도 몸을 던져 눕고 싶은 표지

데이비드 랜들은 어느날 밤 자신이 사각 팬티 바람으로 침대가 아닌 복도에 누워 있음을 경험하고 나서 잠에 대해서 연구하고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 '잠의 사생활'을 썼다.


우리는 평생의 전체 시간 중 약 3분의 1을 잠자면서 보내지만 그것에 대해서 별 의문이 없이 살아간다. 왜 잠을 자야만 하는가? 자는 동안 우리의 신체는 특히, 뇌는 무엇을 하는가? 잠이라는 세계에서 의식이라는 공간은 존재하는가? 등의 골치 아픈 질문 없이도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의외로 잠을 잔다라는 행위가 당연하지 않고 처철한 의식이 되는 사람도 있고, 자면서 숨이 끊길듯 호흡이 위태로운 사람도 있다. 그리고, 자는 동안 본인도 모르게 22km를 운전해서 장모를 살해하기도 한다.


잠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게 너무나도 많아 한 생물학자는 "만약 잠이 정말로 중요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화가 만들어낸 가장 큰 실수가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자료와 흥미로운 사례를 들고 잠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인위적인 불빛이 우리의 밤을 밝혀주기 전까지 첫번째잠과 두번째잠이 존재했고, 그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쉽게 예상되긴 하지만...) 잠과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라든가, 부부 사이에 한 침대에서 자는 것과 각자 다른 침대에서 자는 것 사이에 수면 질적 관계성은 어떠한지, 아이 수면 교육에 있어서 부모가 보듬어 자는 것과 따로 자는 교육 중에 어떤 것이 아이가 잠자리 시간을 편하게 받아들이는지 등과 같은 현실적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비롯하여 꿈이란 상징적 비유와 메타인식의 보고라는 주장에서 부터 단순히 우리가 깨어 있을 때 걱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는 그것을 재현할 뿐이라는 꿈의 정의와 효용성에 대한 내용도 사뭇 볼만 하다. 특히, 잠결에 저지른 살인에 대한 사례와 그 판결 기준에 대한 이야기들은 영화를 보는 듯한 섬뜩한 느낌과 더불어 도대체 인간의 의식이란 어디서 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동작되는지 그 매커니즘에 대해서 생각이 더해 질수 밖에 없다. 그 밖에 불면증과 수면무호흡 증후군 등 잠이 편안한 시간이 되지 못하는 곤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잠을 편하게 자기 위해서 무슨 비법(그런거라면 굳이 15,000원 투자할 필요 없이 구글링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숙면 비법) 이라도 있는가라는 생각으로 쫓아갈 책은 아니지만, 결국 잠이라는 것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마음이, 의식이 나 스스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는지도 모른다고 저자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어디 잠 뿐이겠는가...인생 자체가 억지로 되지 않는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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