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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raiano Mar 01. 2020

마크 안드레센 외 -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

아쉬웠던 책 - 사업계획서를 쓸 때 고려할 점은 참조

 경영서를 서점에서 고를 땐 신중하지 못한 편이다. 역사, 철학과 같은 인문학 책을 구입할 땐 저자의 사상적 배경, 책이 다루는 분석의 깊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데, 이를 고려하기 위해선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인문학 책은 읽고 사는 경우가 많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은 있으나, 나의 기대와 책의 주제가 어긋난 경험은 매우 적었다. 또한 저자와 연관된 타 사상가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 재독도 자주 하게 되니, 인문학 책은 얼추 읽고 사는 내 스타일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한 책을 통해서 연관된 여러 책에 관심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서의 경우는 이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내가 경영서를 구입할 때의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경제, 경영 코너를 간 후, 베스트셀러에 있는 모든 책들의 저자 소개와 서문, 책의 목차, 책의 도입부를 읽어본다. 이 정도만 읽어보고 내용이 매력적인 책을 선정하여 구입한다. 보통 서점을 한 번 방문할 때마다 5 ~ 6권을 구입하는데, 이 경우 3 ~ 4권을 제외한 나머지 책은 내용에서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실망스럽다는 뜻은 크게 

1. 책의 이후 내용이 앞의 내용을 읽고 예상한 내용과 다를 경우 

2.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한 분석의 깊이가 얕은 경우 로 나뉘어진다. 


 1의 문제는 2의 문제처럼 자주 일어나진 않지만, 발생할 경우 꽤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주제에 대한 분석과 정보를 얻고 싶은 목적으로 책을 구입하였는데, 다른 주제를 말하고 있는 저자를 보면 책을 환불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른 주제에 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정보가 나올 수 있으나, 아직까지 그런 경험을 접한 적은 없다. 일관적 주제가 없는 저자가 다른 주제에 대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2의 문제는 대부분의 실망스러운 경험을 차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서문과 목차로 구매자를 현혹한 후, 막상 내용을 탐독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가 더 분석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은 현상만을 나타낸다. 저자의 분석 부족이다. 흥미롭고 유의미한 정보의 전달은 비교와 분석의 대상을 일반적 시각보다 더 거시적으로, 혹은 더 미시적으로 바라볼 때 생겨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들은 일반적 시각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이러면 책을 왜 샀나 싶다. 2의 문제를 겪었을 땐, 책을 구입하게 된 자기 위로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이 책은 나에게 1과 2의 문제를 모두 가져다 준 책이다. 어쩌면 책의 서문과 목차를 평소보다 덜 깊게 읽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이다. 1의 문제에 대해 다루자면, 나는 이 책에 기업가정신에 대한 HBR의 예시와 예시로부터 도출한 주장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였다. 그런데 이 책은 '기업'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일례로, 이커머스 업계는 네트워크 효과로 충분한가?를 다루는 장과 벤처캐피털에 대한 진실을 다루는 장은 이 책에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요새 떠오르는 스타트업이 이커머스 형태를 띄고 있고, 그들이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미치는 영향력은 분명 크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맹신하고 있는 지점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는 장을 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독자의 입장에선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에 대한 내용을 읽고 싶은데, 왜 이커머스 산업의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 이커머스와 온라인 마켓을 다루어야 하는지, 현재 기업가정신에 있어서 이커머스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당위성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저자였다면 기술의 발전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를 시간, 공간의 제약이 없이 온라인에 모을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소비자의 두둑한 지갑을 온라인 마켓의 형태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빼앗을 수 있는지를 먼저 명시해 줄 것 같다. 이러한 기회를 알고 수 많은 기업가들이 이커머스 산업에 진입하였으나, 그들이 오판하고 있는 지점들이 있었고, 이를 기업가정신으로 해결한 다른 분야의 예시를 비추어 볼 때 이런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서술하면 원활해지지 않을까?


 2의 문제는 이 책의 모든 장에 걸쳐 나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위해선 목차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ㄱ. 숨어있는 기업가형 인재를 찾아내는 법

ㄴ.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를 쓰는 법

ㄷ. SRI, 시리에 생명을 불어넣다

ㄹ. 다음의 혁신을 찾다

ㅁ. 외부 투자자 없이 스타트업을 키울 수 있을까?

ㅂ. 온라인 마켓, 네트워크 효과만으로 충분할까?

ㅅ. 블리츠스케일링 하라

ㅇ. 기업가정신 인수하기

ㅈ. 창업자의 딜레마

ㅊ. 벤처캐피털의 여섯 가지 신화


 200여 페이지에 10개의 장이 있으니, 한 장당 20페이지 꼴이다. 페이지 수로 모든 책의 분석 깊이를 평가함은 경솔한 판단일 수 있으나, 대다수의 책들은 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분석을 깊이 하면 할수록, 원인과 결론의 연속이 차지하는 분량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ㄴ.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를 쓰는 법의 예시를 들자면, 저자가 도출한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를 쓰는 법은 크게 사람, 기회, 기업 환경, 위험과 보상의 4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한 주제마다 세부 주제가 10개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세부 주제에 대하여 해설하고 왜 그 주제가 중요한지 설명할 분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해설은 독자의 몫이다. 주장만 하고 설득하려 하지 않는 책과 논설가는 소용이 없다.


그나마 ㄴ.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를 쓰는 법에서 세부 주제들에 대하여 기록해두고 스스로 고민해봄이 이후에도 기획서와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다. 저자가 이를 염두에 두고 썼다면 내가 잘못 읽은 것이겠지.

1. 사람

    - 창업자들은 어디 출신인가?

    - 어디에서 교육받았는가?

    - 어디에서, 누구 밑에서 일해 봤는가?

    - 과거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성취한 업적은 무엇인가?

    - 업계에서 평판은 어떤가?

    - 진출하려는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험을 갖고 있는가?

    - 어떤 기술, 능력,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 신규 사업이 성공할 확률이나 당면할 시련에 대해 얼마나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 그 팀에 다른 누가 필요한가?

    - 질적으로 우수한 사람을 채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역경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불가피한 경우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 이 사업에 얼마나 헌신적인가?

    - 어떤 동기를 가지고 있는가?

2. 기회

    - 신규 사업의 고객은 누구인가?

    - 고객은 어떤 방식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결정하는가?

    -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얼마나 매력적인가?

    -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 확인된 모든 고객층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고객 한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는가?

    -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유통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인가?

    - 고객을 지원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

    - 고객 유지는 쉬운가?

    - 재고, 원료, 인력 등 자원을 언제 구입해야 하는가?

    - 구입비용의 실제 지불시기는?

    - 고객 확보에 소요되는 기간?

    - 매출 1달러당 필요한 자본 설비는 얼마?

3. 기업 환경

    - 새로 시작할 사업의 현재 경쟁자?

    - 경쟁자의 소유 자원은? 강점과 약점은?

    -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경쟁자의 반응은?

    - 경쟁자 반응에 새로운 기업은 어떻게 대응?

    - 동일한 사업기회를 다른 누가 이용할 수 있는가?

    - 제휴를 통해 잠재적, 실제적 경쟁자를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은?

4. 위험과 보상

    - 완전히 독점적인 아이디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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