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연주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온두라스의 산페드로술라(San Pedro Sula)에서 출발한 캐러밴(caravan)은 11월 중순을 시작으로 2019년 1월 미국 국경과 가까운 멕시코 도시 티후아나(Tijuana)에 도착하고 있다.[1] 그중 일부는 이미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다가 미국 부대의 최루탄 공격을 당하기도 하고[2] 어떤 이들은 티후아나 캠프에 자리를 잡고 멕시코 쪽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했다. 국경을 성공적으로 넘은 이주자들은 대부분 도망치지 않고 미국 수비대에게 자진신고 하는데, 이는 구금된 뒤 정식으로 비호신청(request asylum)을 하기 위함이다.
Asylum이라는 단어는 종종 “망명”으로 직역되지만, 법적인 의미를 보면 “비호”가 더 정확하다. “망명”이라고 하면 흔히 정치적인 도피를 생각하지만, asylum은 ‘정치적 도피’ 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asylum seeking을 난민신청으로 번역하고 미국영토 밖에서 신청하는 refugee application을 재정착난민신청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 법무부 2016년 보고서를 따라 asylum과 refugee application을 비호신청과 난민신청으로 칭한다.미국 이민법에 따르면 비호 신청자와 난민 신청자 모두 난민협약 제1조에 따라 난민의 정의에 포함된다.[3] “누구를 난민으로 인정하는가?” 라는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well-founded fear)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이다.
미국의 난민 관련 법은 크게 비호신청(applying as asylee), 난민신청(applying as refugee) 두 가지로 나뉜다. 이 두 분류의 차이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어디서 난민 자격 신청을 했느냐에 따라 난민과 비호로 나뉜다. 비호 신청자는 미국 땅을 밟은 뒤나 입국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난민으로서의 보호를 신청하는 것이고 난민신청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신청해서 난민 판정을 받으면 미국으로 입국하는 절차를 말한다. 다시 말해 미국 입국 뒤 보호 신분을 신청하면 비호 신청자로, 미국 입국 전에 보호 신분을 신청하면 난민 신청자로 불린다.
비호신청은 국적이나 미국에서 이민 신분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지만, 미국 입국 뒤 일 년 내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온두라스 캐러밴은 미국 영토로 들어와 합법적으로 비호신청을 할 수 있다. 물론 난민 판정을 받을 수 있는지, 허가 판결을 받을 수 있을지는 각 신청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으로 들어온 지 일 년 안에 비호신청을 한다면 현재 합법적인 이민 신분이 없어도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은 미국에서 추방당할 수 없다. 즉 불법체류자도 비호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비호 판결을 못 받을 경우 본국으로 추방된다. 비호신청 절차도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미국에서 추방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비호 신청을 하는 것, 영어로 affirmative asylum application이다. 두 번째는 추방 절차에 들어가 추방을 막기 위해 방어적으로 비호 신청을 하는 것, 영어로 defensive asylum application이다.
적극적 비호 케이스는 미국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DHS)에 속한 이민 서비스국(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 USCIS)에서 처리하고 자격 인정 판결을 내리지만 방어적 케이스는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에 속한 이민 심사집행국(Executive
Office for Immigration Review, EOIR)에서 담당한다.[4]
미국 이민법은 특수 케이스를 제외하고 비호신청에 대한 결과는 신청한 날짜로부터 180일 이내에 나오도록 하고 있지만, 180일보다 더 빨리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3] 한 사람의 삶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180일, 즉 6개월이란 긴 시간 같지만, 난민 신청자의 경우 훨씬 더 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난민의 입국을 거부하는 많은 미국인은 이들이 어디서 오며 누구인지 충분히 조사할 방법이 없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난민 신청 절차를 보면 거의 2년에 걸려서 여러 기관을 통해 각 신청자를 조사한다. 그리고 신청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나 증거가 없으면 난민 신청은 쉽게 거절되기 때문에 이 절차를 간단하거나 약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제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난민 신청자들은 유엔을 통해 가입하고 면접을 본 뒤에 난민으로 판정을 받는다. 그렇다고 개인이 원하는 나라에 이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들을 종합해서 유엔이 정해주는 나라에 그 개인의 신청서를 보내서 그 나라의 법에 따른 절차를 새로 시작하도록 되어있다. 미국에 배정된 신청자는 먼저 국무부가 신원조사를 하는데 이 절차를 다른 정부 기관이나 국제기관을 통해 2~3번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절차까지 통과한 신청자는 세 번의 지문검사를 받는데 미국 연방 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 국토안보부(DHS), 그리고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DOD)가 각각 지문 검사를 실행한다. 이 모든 절차를 마쳐도 신청제출부터 미국 입국까지 20여 가지 되는 단계의 반밖에 오지 못한 것이다.[5] 이 모든 절차가 2년 정도 걸리고 성공적으로 미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입국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1] Lin, Annette. 2019. “After the Caravan.” The Nation. https://www.thenation.com/article/caravan-honduras-ice/.
[2] BBC. 2019. “US fires tear gas at migrants at Mexico border crossing.” BBC News.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46739126.
[3] United State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 2015. “Refugee & Asylum.” https://www.uscis.gov/humanitarian/refugees-asylum.
[4] National Immigrant Justice Center. 2017. “Basic Procedural Manual for Asylum Representation Affirmatively.” https://www.unhcr.org/5aa6cfac4.pdf.
[5] Park, Haeyoun and Larry Buchanan. 2017. “Refugees Entering the U.S. Already Face a Rigorous Vetting Process.”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17/01/29/us/refugee-vetting-proces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