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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Nov 06. 2018

누구를 난민으로 인정하는가?

by 김연주

현 미국 정부는 중남미에서 넘어오는 모든 이주자를 “경제적 이민자”(economic immigrant)라고 칭하며, 이렇게 경제적 이윤을 위해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을 미국이 보호할 이유도, 법적인 신분을 줄 이유도 없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특정 이민법이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테러를 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은 난민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난민을 다른 이민자들과 같이 취급함으로써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난민을 법의 울타리 밖으로 내모는 주장이다. 사실 협소한 난민의 법적 정의만 보더라도 현 미국 정부의 레토릭(rhetoric)은 실증적 증거와 반대되고, 오히려 정말 보호가 필요한 인구를 불법 체류자로 만들 수 있는 접근임을 알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현재 '난민'의 정의가 무엇인지, 역사적으로 정의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본 후, 국제적 통계와 난민의 정의가 통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이다.


난민법 체계 

1. 1951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or 1951 Refugee Convention)


1, 2차 세계전쟁 후 유럽이 마주한 난민 사태에 따라 맺어진 협약으로 난민에 대해 기본적인 정의를 설립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이 정의를 따르고 있다. 난민 협약이라고 불리는 이 협약의 제1조에 따르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well-founded fear)로 인하여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이다.


난민의 정의의 기초가 되는 협약이지만 이 협약은 1951년 1월 1일 이전에 발생한 사건의 결과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지만 1951년 전의 사건이라 함은 세계전쟁을 가리키고 있고, 결국 유럽 난민들에게만 적용된다는 공간적 제약이 있다. 난민 협약의 정의에서 또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이유가 있는 공포'라는 요소이다. 미국 이민 법률상 이민 법정 판사가 지원자의 사례를 보고 국적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 결정하게 된다. 타당한 위험이 있다고 해도 법정에 제출 가능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면 난민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추방당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난민 신청자의 본국이 개발도상국이나 증명문서가 잘 발급되지 않는 국가라면 '이유가 있는 공포'를 증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1951 난민협약이 채택된 이후 1960년도에 시작된 아프리카의 비식민지화와 더불어 난민 문제가 심각해졌고, 유럽을 넘어서 증폭되는 난민 문제에 대응해 1967 난민 의정서가 만들어졌다. 


2. 1967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Protocol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or 1967 Protocol)


난민 의정서라고 불리는 이 문서는 1951 협약에 있던 시공간적 제한을 없앰으로써 세계전쟁 이후에 생긴 사건 때문에 자국을 떠나야 하는 사람과 유럽 외의 지역에서 생기는 난민 문제를 난민 협약 아래 다루게 됐다.


이 두 국제법 외에도 아프리카 난민 문제의 특정 양상을 규율하는 아프리카 통일기구 협약(Organization of African Unity (OAU) Convention Governing the Specific Aspects of Refugee Problems in Africa)과 카타헤나 선언(Cartagena Declaration)이 있다.


3.  1969 아프리카 난민 문제 협약


이 협약은 비 식민지화 후에 계속 커지는 난민 문제를 다루기 위해 1967 난민 의정서와 같이 지역적, 시간적 제한 없이 광범위하게 난민을 정의하는 협약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통일기구에 속한 나라들이 비준한 협약이라는 점에서 국제 협약이 아닌 지역적 협약이다. 이 협약에 따르면, 난민은:

'개인의 출신국 또는 국적국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외부적 침략, 점령, 외국의 지배나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사건으로 인해' 강제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 했던 사람, 이다.


4. 1984 카타헤나 선언(Cartagena Declaration)


아프리카 난민 문제 협약과 비슷한 지역적 협약으로, 카타헤나 선언은 80년대에 중앙아메리카에 일어난 난민 사태 이후 학자들과 법률가들에 의해 채택되었다. 콜롬비아에 있는 카타헤나라는 도시에서 발표된 선언으로써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중남미 여러 국가, 유엔총회와 미주기구(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에서 승인받고 인정받았다. 이 선언에 따르면 '난민'이란 1951 난민 협약이 정의하는 난민의 뜻을 포함해:

'보편화된 폭력, 외부 침략, 국내 분쟁, 대량의 인권침해 도는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해치는 기타 상황으로 인하여 자신의 생명, 안전이나 자유가 위협받기 때문에' 강제로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 했던 사람, 이다.


위에서 소개한 난민법 체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 중의 하나는 농 르풀망 원칙(non-refoulement principle), 즉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다.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란 개인을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돌려보내면 안된다는 국제법상의 원칙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난민의 정의는 역사적 정치적 배경에 의해 유동적으로 변화해왔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할까? 난민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난민 인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통계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7년에는 전년도 대비 약 3백만 명이 증가해, 총 난민의 수는 무려 2천5백만 명이 넘는다. 이는 기록된 역사상 난민의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한 해였다.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는 중동의 시리아, 중동의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의 남수단, 아시아의 미얀마/버마, 그리고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순이다.  


www.therefugeeproject.com은 유엔난민기구(UNHCR)의 통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플랫폼이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현재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은 난민이 생겨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Refugee Project를 통해 연도별, 나라별로 난민이 발생하는 지역, 난민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나라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Source: The Refugee Project (2018)


각 연도별 통계를 살펴보면 눈에 띄게 난민의 수가 증가한 연도들이 있다. 이러한 통계상의 급격한 변화는 난민의 수가 증가해서인 경우도 있지만, 박해나 분쟁 때문에 본국을 떠난 사람들이 집단 난민으로 인정받는 상황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우간다에 거주하는 남수단 사람들은 2017년 초까지 난민 신분을 인정받지 못했는데, 2017년에 이들이 단체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난민 신분을 인정받으면서 총난민의 수가 35%나 증가했다.(1) 남수단 난민들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지만, 난민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특정 인구가 '이민자' 혹은 '이주자'로 분류될 수도 있고, 또 '난민'으로 구분되어 보호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난민에 대한 정의와 국제사회의 수용 여부는 난민들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난민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난을 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국제사회가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재정적, 인도주의적 지원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통계는 여론과 사람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정부에 영향을 준다. 즉, 올바른 통계는 정책 변화의 시작이다.


맺음

앞서 언급했던 현 미국 정부와 중남미 이주민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중미의 북부 삼각 지대(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에서 밀려오는 이주민들 반 이상이 한 번 이상 범죄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2)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그리고 온두라스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나라들 중 살인과 범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권 때부터 미국으로 이주하는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위험한지를 알리는 캠페인을 통해 미국으로 이주하는 인구를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국에 남아있을 때의 위협을 더 크게 느끼는 많은 이주민이 죽음을 각오하고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 오려고 시도한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삶에 대한 위협을 피해 오는 사람들을 난민이 아닌 '경제적 이민자'라고 칭하며 이들을 보호할 책임을 부인하는 현 미국 정부의 태도는 국제법과 일관되지 않는 태도이며 국제 협약에 따라 난민 요건을 충족시키는 사람들을 법적 보호의 울타리 밖으로 내모는 행위이다. 다음 글에서는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이주자 행렬 '캐러밴(caravan)'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1. UNHCR. 2017. “Mid-Year Trends 2017.” http://www.unhcr.org/en-us/statistics/unhcrstats/5aaa4fd27/mid-year-trends-june-2017.html.  

2. Hiskey, Jonathan T. et al. 2016. “Understanding the Central American Refugee Crisis: Why They Are Fleeing And How U.S. Policies Are Failing To Deter Them.” American Immigration Council. https://www.americanimmigrationcouncil.org/sites/default/files/research/understanding_the_central_american_refugee_crisi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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