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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Oct 26. 2018

국제개발과 이주의 정의

by 김연주



국제개발 (누구의 개발? 누구를 위한 개발?)

2015년에 미국은 (미국 달러)$310억이 넘는 돈을, 한국은 (미국 달러)$19억이 넘는 돈을 정부개발원조 또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r ODA)로 썼다. 경제 협력 개발 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r OECD) 통계에 따르면 2017년에 미국은 $352억, 한국은 $22억이 넘는 돈을 정부개발원조로 썼다( https://stats.oecd.org/Index.aspx?ThemeTreeId=3 ).  이와 같은 정부 차원에서의 개발 지원 금액 외에도, 시민 단체나 비영리 단체를 통해 많은 돈이 국제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투자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금액이 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기부하는 기관과 받는 사람 모두를 위해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고 더 효과적인 국제개발을 이뤄갈 수 있는지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또한 좀 더 자세히 국제개발의 개념을 들여다보고 개발이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투자된 돈이 정확히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국제개발은 경제개발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어왔으나, 2000년대부터 개발의 개념이 더 광범위하게 바뀌는 추세이다. 기존의 경제적인(economic development) 관점에서의 국제개발 틀을 좀 더 포괄적인 인간개발(human development) 중심적으로 바꾼 대표적인 책이 1999년에 출판된 아마티야 센(Amartya Sen)의 책 “자유로서의 발전”(Development as a Freedom)이다. 여기서 인간개발이란 경제개발보다 더 포괄적인 지표로써 경제 성과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자유와 주어진 기회들을 확장하고 복지를 향상하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면 단순히 기부 기관이나 정부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행하기보다 직접 현지인들의 현실적인 필요를 연구하는 것이고, 단순히 식량을 지원하거나 외부인을 데려와 선생님으로 세우는 것보다 그 땅에 맞는 농법을 현지인들과 같이 만들어나가거나 현지에서 유망한 인재를 뽑아 교육하고 선생님으로 세우는 것이다.


유엔 개발 목표의 변화만 봐도 개발의 정의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2000년 뉴욕에서 열린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United Nations Millennium Summit)에서 설립된 8개의 밀레니엄 개발 목표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는 2015년 유엔 총회(U.N. General Assembly)에서 17개의 지속가능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거듭났다. 일단 개수만 봐도 지속가능 개발 목표가 밀레니엄 개발 목표의 두 배가 넘는다. 그리고 지속가능 개발 목표가 훨씬 광범위해졌는데, 국제개발의 정의에 흔하게 생각되었던 교육, 육체적 건강, 극심한 기아와 빈곤 퇴치는 물론이고 새롭게 지구 온난화, 평화, 정의 등 이상적인 목표들도 포함되었다. 두 개발 목표의 세부사항은 추후 비교해 볼 예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조지 와싱턴 대학(George Washington University)의 엘리엇 국제 관계 학교(Elliott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나 아메리칸 대학(American University)의 국제

관계학 대(School of International Service)의 실습 중심적인 국제개발 교육은 인간개발을 강조한다. 하지만 세계은행(World Bank) 같은 국제기구 프로젝트들은 아직 경제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게 아직 현실인 큰 이유 중 하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결과지향적인데, 제일 측정하고 비교하기 쉬운 평가 기준이 국내 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이나 경제성장률(economic growth rate)과 같은 수치화되는 경제지표 이기 때문이다.  


이주와 개발: 연결고리

선진국의 정치인과 많은 학자는 오랫동안 개발을 통해 개발 도상국에서 이민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멈출 수 있다는 가정하에 국제개발을 지지해왔다. 이런 정책은 개발을 통해 가난한 나라들의 생활기준이 올라가면 선진국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도 줄거라는 주장하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개발과 이주의 현실 관계는 직선적이지 않으며 최근에 나온 많은 연구가 개발-이주 넥서스가 다른 요인 (예를 들면 이주민들 사이의 네트워크나 언어와 교육)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고 보여주고 있다. Fratzke & Salant(1), Clemens(2), 그리고 Telli(3)의 연구가 그중에 하나다. 이 세 개의 페이퍼들은 심지어 오래된 정설과 다르게 사실 이주는 개발의 중요한 한 부분이고, 많은 경우 경제개발과 함께 타국으로 이주하는 인구도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출처: IOM


이주 (누가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가?)

크게는 강제적인 이주(forced migration)와 자발적인 이주(voluntary or economic migration)로 나뉜다. 하지만 각 카테고리 안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주를 단순히 강제적-자발적 2진법적으로 보는 것은 부정확하고 위험하다. 왜냐하면 이런 2진법 적인 틀에서 만들어진 이주정책은 현실을 잘못 파악함으로 인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국 정부는 중미의 북부 삼각 지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에서 밀려오는 이주민들을 난민, 즉 강제적인 이주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 지역과 멕시코에 경제적인 지원을 한다면 이주민의 숫자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공적개발원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사회적 폭력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은 줄지 않고 있다. 그리고 똑같은 강제적인 이주나 자발적인 이주를 하는 경우에도 개인이나 가족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위치와 정체에 따라서 어떤 조건 아래 어디로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지, 새로운 곳에 가서도 현지에서 어떤 대우나 차별을 받고 살게 되는지는 천차만별이다.


앞으로 이주와 개발을 좀 더 깊고 포괄적으로 공부하고 개발을 위한 이주 (Migration for Development)에 관점을 두고 좀 더 구체적으로 두 개의 연결고리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1. Fratzke, Susan and Brian Salant. “Moving Beyond ‘Root Causes: The Complicated Relationship between Development and Migration,” Migration Policy Institute (MPI) January 2018, pp. 2-10.

2. Clemens, Michael. “Development Aid to Deter Migration Will Do Nothing of the Kind,” Refugees Deeply October 31, 2016.

3. Telli, Henry. “Less Poverty, More Emigration: Understanding Migrant Flows from Developing Countries,” Journal of Migration and Development Vol. 3, No. 1, 2014, pp. 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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