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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Jun 24. 2019

난민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피신처

by 김연주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2001년 유엔 총회(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는 1951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or 1951 Refugee Convention) 체결 50주년을 기리기 위해 세계 난민의 날을 제정했다. 이 날을 기억하고 난민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국경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Médecins Sans Frontières(MSF))는 6월 19일 미국 워싱턴 디씨에서 “돌아갈 곳이 없는 난민들에게 허락되지 않는 피신처(Turned Away: No Refuge for People Forced From Home)”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1] 

 

토론회에는 뉴요커(The New Yorker)지의 기자이자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의 국제 이주 프로젝트 담당자 사라 스틸만(Sarah Stillman), 미국 시민 자유 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ACLU) 이민자 인권 프로젝트 담당자 오말 자드왓(Omar Jadwat), 국경없는 의사회(MSF) 미국지사 이사이자 컬럼비아대 의대 응급의학과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Craig Spencer), 국경없는 의사회(MSF) 멕시코 이주자 프로젝트 담당자 마리아 에르난데스 마타스(María Hernández Matas), 국경없는 의사회(MSF) 이태리 지사 임원이자 이주정책 전문가 비앙카 벤베누티(Bianca Benvenuti)가 참여했다.

왼쪽부터: 사라 스틸만, 크레이그 스펜서, 마리아 에르난데스 마타스, 오말 자드왓, 비앙카 벤베누티 (출처: 국경없는 의사회)


19일 참석자들이 강조한 문제는 보호가 필요한 난민 인구가 오히려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고있다는 것이다. 많은 정부가 국가안보라는 명분 하에 국제법이나 국내 인권법을 따르지 않고 난민신청자들을 감금하고 치료나 기본적인 복지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분쟁이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그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줄고 있다.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와 수단은 사라지고 있고 위험을 피해 온 이주자, 난민, 난민신청자는 다시 위험으로 돌려보내져 심한 경우 돌려보내진 곳에서 죽음을 맞는다. 이것은 단지 미국이나 유럽의 문제가 아니다. 최다난민발생지역에서 지리적으로 멀고 난민의 수가 인구의 0.1%도 되지 않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난민 정책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전 글에서 다룬 바와 같이, 난민정책은 레바논, 터키, 요르단, 우간다 등 난민 인구를 가장 많이 수용하는 나라들에게는 더더욱 미룰 수 없는 문제이다. 이번 토론회는 각 정부와 국제사회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또 어떤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 다뤘다.


미국에서 첫 에볼라 감염자이기도 했던[2] 크레이그 스펜서는 최근에 난민들과 함께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넌 경험이 있다. 19일 패널에서 그는,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부르던지 그들이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3] "이주자", "이민자", "난민", "불법체류자", "무법자", "난민 신청자" 등 모두 위험을 피해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지만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표식은 달라진다. 같은 맥락에서 마리아 에르난데스 마타스도 출신지역 및 외모에 따라 취급이 달라진다는 현실에 대해 말했다. 자신도 지금 국경에 감금돼서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는 난민들과 똑같은 이주자이지만 가지고 있는 여권이 적합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적합한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4]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가 2018년에 비해 4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난민신청자를 돕는 사람이나 시민단체가 오히려 범죄자 취급을 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선진국의 정부가 난민 신청하러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받아줘야 하는지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해 오말 자드왓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2차대전 직전과 도중에 했던 일들은 큰 실패였습니다. 나치로부터 도망치는 사람들이 탄 배를 돌려보내 조국에서 죽임을 당하게 내버려 뒀습니다. 절대 있어선 안될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로 국제 난민법 체계가 생겨났고 핍박을 피해서 오는 사람이 미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내법도 생겼습니다. [그들을 보호할] 국제적인 의무도 있고 국내적 의무도 충분히 있습니다."[5]



[1] Doctors Without Borders. 2019. “Video: No refuge for people forced from home.” https://www.doctorswithoutborders.org/what-we-do/news-stories/news/video-no-refuge-people-forced-home

[2] 중앙일보. 2014. “뉴욕 첫 에볼라 감염자 크레이그 스펜서, 에볼라 완치.” https://news.joins.com/article/16383565

[3] Craig Spencer: "These are people as well regardless of the label that we place on them" (저자 번역)

[4] María Hernández Matas: "I am also a migrant. The only difference is that I have the right passport and the right opportunities."(저자 번역)

[5] Omar Jadwat: "What the U.S. did and what other members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did right before and during World War II was a huge failure. That turning away ships full of people fleeing the Nazis, returning them to be killed in their home countries, was something that should never happen. That translated into a whole system of international and national laws that are designed to make it possible for people that reach the U.S. to seek protection from persecution. There are international obligations, there are domestic obligations." (저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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